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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총기살해범 첫 공판/ "제 정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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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총기살해범 첫 공판/ "제 정신이 아니었다"

입력
2011.09.0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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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수 만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숨진 네 사람의 목숨과 제 목숨을 바꿀 수만 있다면…. 면목이 없습니다. 악몽과 같습니다”

8일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 법정. 올해 7월 인천 강화군 해병대 2사단에서 발생한 총기 살해사건 범인 김모(19) 상병은 첫 공판이 열린 이날 사건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김 상병은 올 7월 4일 2사단 해안 소초에서 부대원들에게 소총을 쏴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법정에 나타난 김 상병은 스스로 걸음을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상태였다. 방조 혐의로 기소된 정모(20) 이병도 피고인으로 참석했다. 창백한 얼굴의 두 사람은 시종일관 고개를 떨구면서도 변호인에게 간단한 질문을 먼저 하기도 했다. 군복차림에 오른쪽 가슴에는 해병대 상징인 빨간 명찰을, 왼쪽에는 수감 번호가 적힌 하얀 명찰을 단 채였다.

변호인 요청으로 발언에 나선 김 상병은 미리 써온 A4용지 3장 분량의 자필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제 팔 한쪽을 잘라서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 쓰레기처럼 살아왔지만 다시 태어나면 봉사하며 살고 싶다, 감히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상병의 말이 10여분간 이어지자 법정에서는 유족들의 숨죽인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 상병의 변호인은 상관 살해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훈련소 인성검사에서부터 정신과적 문제를 의심받았는데도 입대를 해야 했던 점, 심각한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는 점을 정상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상병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하고, 훈련소 인성검사 결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등에 대한 증거채택을 요청했다. 김 상병이 범행 당시 가혹행위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내세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 이병은 직접 심경을 밝히지 않았으며, 정 이병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지만 정 이병은 선임 김 상병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총기를 지키고 서있었던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 상병이 사건 당일 상황실내 간이탄약고에서 실탄 75발과 공포탄 2발, 수류탄 1발이 담긴 탄통을 훔치는 과정에 당직병이 이를 지켜봤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해당 병사는 ‘탄통에 문제가 있어서 가져간다’는 김 상병의 말을 듣고 ‘가져가시라’고 말했다고 군 검찰은 밝혔다.

이날 재판에 김 상병의 부모도 참석했다. 김 상병의 모친은 재판 후 피해자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유족들은 “부모가 죽이라고 시키기야 했겠느냐”면서도 “무슨 면목으로 변호사를 사서 자기 아들을 살리겠다고 하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화성=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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