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8세 여아를 납치해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발생했던 서울 영등포구 A초등학교. 지난 7일 오후 2시 이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안관이 다가와 신원을 물었다. 방문 기록을 남기고 방문증을 걸고난 후에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A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는 총 15대. 지난해 사건 전만 해도 5대밖에 설치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많았지만 사건 이후 3배나 늘어나 있었다. 또 CCTV를 통해 교무실, 보안관실 등에서 실시간으로 학교 안팎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고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3시에는 학교의 모든 출입문이 잠겨 지문 인식 절차를 거쳐야 출입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이 학교로 온 박찬옥 교감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던 만큼 교직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가 학교 안전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학교가 어린이들의 안전문제와 관련해 매우 특별한 케이스에 속한다는 게 문제다.
김수철 사건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아동 성범죄를 막겠다며 학교에 CCTV를 설치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등 대책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3월부터 서울 시내 551개 초등학교에 학교보안관을 2명씩 배치했다. 그 후로 6개월, 서울 시내 초등학교들은 어린이 안전과 사고예방에서 여전히 허점투성이였다.
같은 날 오후 6시 취재진이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B초등학교에선 20대 중반의 건장한 남성이 정문을 거쳐 학교 건물 안 숙직실까지 갔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학교 경비원 이모(72)씨는 "CCTV 6대로 곳곳을 감시하고 있으니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래 '담장 없는 학교'로 지정돼 현재 담장 대신 50cm 남짓한 울타리만 처져 있는 이 학교는 운동장이 외부인에 사실상 개방돼 있는 것도 문제다. 주민 최모(57)씨는 "학교 주변 공원에서 취객이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C초등학교의 후미진 곳에 설치된 비상벨은 무용지물이었다. 이 학교 6학년인 박모(13)양은 "비상벨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이게 뭔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통학로에도 걱정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주부 정모(43)씨는 "학교 안보다 밖이 더 위험하지 않느냐"며 "보안관이 있다 해도 학교 밖까지 활동하지 않으니 불안하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D초등학교의 경우 교내 CCTV는 4대지만 학교 바깥을 비추는 CCTV는 한 대도 없어 학부모들의 불만을 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 비상벨 교육을 강화하도록 지침을 내리겠다"며 "담장 없는 43개 학교 중 20곳은 공사가 예정돼 있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시급히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지난 7월까지 학교 보안관은 물론 학교마다 비상호출벨을 5개씩 설치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많다.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보안관이 기본인 현 시스템에 더해 선생님, 학교, 사회 전체가 어린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쓰는 체계와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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