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현 정부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태도다. 현실적으로 대기업 옥죄기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생ㆍ공생드라이브에 이어 MB노믹스의 금과옥조와도 같았던 감세까지 무산되자, 재계는 "이 정부에 속은 느낌"이란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시작했던 MB노믹스가 결국 비즈니스 언플렌들리로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조치다. 해외에서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낮춰주는 게 보편적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 더구나 감세 약속자체를 저버림으로써, 우리나라 정부와 정책에 대한 대외적 공신력마저 떨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법인세가 높으면 수익이 떨어지고 투자를 할 수 없게 돼 결국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진다"며 "특히 외국 투자자들이 법인세 높은 나라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외자 유치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감세는 기업의 세부담을 줄여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과실을 국민이 나눠 갖자는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반드시 감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 그룹 고위관계자는 "부자감세에 대한 여론이 부담된다면 개인들에게 부과되는 소득세 인하는 안 해도 좋다"면서 "하지만 기업에 물리는 법인세는 부자감세와 관계 없는 것이니 당연히 낮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인세를 낮추지 않는 게 세수 때문인지 감세 자체에 대한 거부정서 때문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3단계로 되는 것에 대해서도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1개국이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운영하고 있다. 3단계 이상 구간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벨기에, 그리고 이제 한국 뿐이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일감 몰아주기 과세방침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관계자는 "똑 같은 거래로 이익을 올려도 특수 관계 법인만 과세하겠다는 것은 공평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법리적으로 논란이 많고, 공정거래법이나 상법 등 다른 법률로도 규제가 가능한데 굳이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것은 사실상 '오너체제'를 규제하겠다는 발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 MB노믹스는 이제 대기업들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위기가 재계내에 점점 더 팽배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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