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발표(현지시간 8일 오후 7시)를 앞두고 정치권을 비롯한 미국 사회가 뜨거워지고 있다. 의회, 경제단체, 학계는 추가 대책을 주문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오바마의 대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경제대책 발표가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정치적 이벤트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백악관은 침묵 속에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질 경제대책을 신중히 조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언론은 3,0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이번 대책의 핵심이 근로자 소득세(2%) 감면과 실업수당 확대조치를 연장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프라 건설 지출확대, 신규고용 기업의 세금감면,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공립학교 리노베이션도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책 하나하나가 정치권의 찬반이 엇갈리는 민감한 내용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공화당의 주장대로 실업수당 확대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총생산(GDP)의 1.7%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이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화당은 고무도장 찍듯 경제대책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6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와 만나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백악관에 협상을 요구했다.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그 동안 실패한 방법의 연장"이라고 비판했으며 공화당 대선주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스마트폰 시대의 공중전화 대책"이라며 꼬집었다.
백악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을 점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9.1%나 되는 실업률이 요지부동인데다 이중경기침체(더블딥) 우려가 높아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는 이미 빨간 불이 켜져 있다. 이날 발표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각각 43%와 44%로 다시 최저치로 하락했다. 응답자의 50%(NBC-WSJ 조사)와 53%(abc-WP조사)는 그의 업무능력에 불신감을 드러냈고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미래를 비관한 응답자는 각각 73%(NBC-WSJ)와 77%(abc-WP)였다.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지지율을 상승세로 돌리기 위해 공화당에 맞설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다. 공화당 입맛에 맞는 백화점식 대책보다는 의회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충돌을 피하지 않는 과감한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스티븐 블리츠 ITG인베스트리러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발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을 위한 첫 기습공격"이라며 정치 행위로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를 향해 '정치가 아닌 국가를 위한 결정'을 연일 촉구하고 '워싱턴 게임의 중단'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란 설명이다. 블리치는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공화당 반대 속에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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