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재정은 세계적 화두다. 재정위기에 몰린 미국과 유럽 각국은 나라 빚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고에도 불구, 이들 나라는 국가부도를 면하기 위해서 지출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하지만 긴축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복지 축소를 우려하는 여론의 강력한 저항을 넘어야 하고 재정의 경기부양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다. 영국을 봐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60년간 한 번도 물가상승률 내에서 재정지출 증가율을 통제해 본 적이 없다.
재정건전화와 견조한 성장,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면 캐나다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 같다. 캐나다는 선진국 중 긴축재정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다. 캐나다 정부는 어떻게 야당과 국민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었을까.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의 '조용한 스텔스 긴축(stealth austerity)'이 성공을 거뒀던 것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캐나다도 명목상 정부지출은 연평균 2%씩 증가하고 있다. 2010~2011 회계연도 정부지출은 2,765억달러로 전년보다 24억달러 늘었다. 국민과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가 돈을 덜 쓴 것도 아닌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수치 안에는 실질 지출을 줄이려는 플래허티 장관의 복잡한 셈법이 숨어 있다. 늘어난 인구를 감안하면 이 기간 국민 1인당 재정지출은 0.9% 증가했다. 그러나 캐나다의 물가상승률이 1.7%이기 때문에 정부가 46억달러를 더 써야 실질적으로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작년과 지출이 같으면 실질적으론 돈을 덜 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결국 명목상 지출은 늘렸으나, 1인당 지출 증가율을 물가상승률 내로 억제해 사실상 긴축 효과를 낸 것이다.
플래허티 재무장관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차지했던 공공부문 지출이 29%로 감소했다"며 "앞으로 4년 정도 더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다른 나라들은 모두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골몰했지만, 지출만 늘려서는 경제 회생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캐나다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한 셈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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