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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가 석자" 유로존 위기… 깜깜한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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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가 석자" 유로존 위기… 깜깜한 출구

입력
2011.09.0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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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가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보증하는 국채(1년물)의 이자율이 사채 이자를 능가하는 80%대로 치솟았고, 증시는 이번 주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한 채 2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유는 이번에도 재정위기 탓. 재정위기 먹구름이 유럽 대륙을 덮은 지 벌써 2년, 원인도 해법도 이미 다 나와 있고 두 달 전 유로존 정상이 모여 구제금융을 어떤 식으로 실시할지에 대해 합의까지 마친 상태다.

그럼에도 유럽이 이 해묵은 악재에 반복적으로 휘둘리고 있는 이유는 이미 합의된 구제금융 방안이 장시간 국내정치에 발목 잡혀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치지도자들로서는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유럽연합(EU)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자국 유권자의 반발이 뻔한 '쓴 약'을 쉽사리 들이켜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째 재정위기의 다음 희생자로 지목된 이탈리아의 개혁작업이 특히 더디다. 법제화 약속 시한이었던 9월 중순이 다가왔지만, 가시적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시장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긴축재정안은 아직 의회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 정부는 6일 ▦부가가치세율 상향(20%→21%) ▦50만 유로 이상 자산에 부유세(3%) 부과 ▦외국인 노동자 본국송금에 2% 거래세 부과 등의 조치를 추가했는데, 여론 반발이 더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재정지출 축소가 복지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노동자 수만여명이 이날 로마에서 총파업을 벌였으며 이 때문에 대중교통이 마비됐고 콜로세움 등 유명 관광지도 문을 닫았다.

스페인 개혁 반대 시위도 세를 불리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국가신용도 유지를 위해 아예 헌법을 수정해 균형재정 의무를 헌법 조항에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조치는 바로 여론 반발로 이어졌다. AFP통신은 노동자와 좌파 등 2만5,000명(노조 추산)이 6일 마드리드 시벨레스광장에서 태양의 문(푸에트라 델 솔)까지 행진하며 긴축 철회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시위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구제금융의 총대를 멘 독일은 여론에 발목이 잡혀 있다. 7일 독일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유로존 지원안을 합헌으로 판단하며 구제금융 현실화를 위한 길을 열어 줬지만, 의회 반대를 넘어서는 과정이 남아 있다. 의회는 29일 유로존 공적자금 격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방안을 표결할 예정인데, 다른 나라에 세금을 투입해선 안 된다는 여론 때문에 여당 내 반대 의원이 늘고 있다. 6일 모의투표에서는 14명의 여당의원이 반대했는데 반대가 5표만 늘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야권에 협조를 구하기도 어렵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인 위르겐 미헬스는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야당에 의지한다면 총리직을 수행하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2.7%를 득표하며 모욕적 참패를 당한 연립정부 파트너 자민당이 연정을 깰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여론이 더 악화할 경우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생명까지 걸며 구제금융을 지킬 가능성은 낮아지는 셈이다. '최대 돈줄' 독일이 거부하면 구제금융안은 모두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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