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관련, 미국에 '훈수'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2006년 11월 21일자 미 외교전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그 해 11월 20일,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잘 아는데 미국은 이라크 침공 전 이라크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했어야 했다"며 "이라크 사람들이 후세인을 어떻게 여기는지 몰라 침공 이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재직 시절 중동에서 건설 사업을 진행할 때 후세인 대통령이 부하 장군을 사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일화를 소개하며 "그 뒤로는 후세인과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8년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촛불시위 저변에 반미 민족주의가 깔려있는지 탐색하던 미국은 그 해 6월 3일자 외교전문에서 "시위 초점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넘어 이 대통령의 '불도저식'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분노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이 참패한 6ㆍ4 재보궐선거 다음날 전문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는 쇠고기 협상 등 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는 인식이 여야를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다"고 했고 6월 11일자 전문은 이 대통령이 상황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이유로 이 대통령과 참모진의 경험 부족을 꼽았다.
2008년 한미 정상회담 전 쇠고기 시장 개방 의사를 밝힐 정도로 친미적 속내를 비친 이 대통령과 달리, 미국은 이 대통령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유지했다. 그 해 6월 16일자 전문에서 주한 미 대사관은 "취임 4개월 지난 시점에 지지도가 10% 밖에 안 될 정도로 이 대통령은 신뢰를 잃었다"며 '무능력한 리더'(crippled leader)라고 표현했다. 또 이명박 정권 내각 대부분이 소망교회와 고려대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전한 뒤 전문가와 상의하거나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섣불리 정책 결정을 하는 아마추어 성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배경에서 촛불시위를 계기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SMA) 등 민감한 이슈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미뤄 이 대통령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도와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도 '21세기 전략적 동맹'인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대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4년 4월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이 자신을 암살하려는 기도였음을 인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용천역 폭발 사건은 2004년 4월 22일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 용천역에서 발생했는데 김 위원장이 탄 열차 통과 30분 전에 일어났다. 이 사고로 150여명이 숨지고 1,300여명이 다쳤다.
2009년 2월 26일자 미 외교전문에 따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 달 13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를 만나 "김 위원장이 용천역 폭발사건을 실패한 암살기도로 믿고 있으며 암살과 쿠데타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강산 민간인 사살 사건 하루 뒤인 2008년 7월 12일 북한군 고위인사가 금강산 내 현대아산 사무실을 찾아 유감을 표시했지만 청와대가 요구한 공식사과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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