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대형참사가 날 뻔했다. 항해 중인 여객선 현대설봉호에 6일 새벽 폭발음이 들리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 130명을 태운 배는 전남 여수시 백도에서 13㎞나 떨어진 망망대해에 있었다. 한밤중이라 승객 대부분이 자고 있는 가운데 1층에서 시작된 불은 빠르게 2층으로 옮겨 붙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지 2시간 20분 만에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130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우연도, 행운도 결코 아니다. 재난이나 위기 대처의 3박자인 침착한 대응, 신속한 구조, 성숙한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다. 사고 자체를 예방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승무원과 승객, 해경의 행동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우선 승무원들부터 침착했다. 자신보다는 승객들을 먼저 생각해 안내방송과 함께 선실을 돌며 화재 사실을 알렸고 구명조끼를 입혀 갑판으로 대피시켰다. 해경의 대응도 신속하고 현명했다. 여수해경 상황실은 신고를 받은 직후 사고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거문도 해상에 있던 함정 317호에게 즉각 구조를 지시했고, 3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함정은 소형 고무보트를 이용해 1시간 10분 만에 구출작전을 완료했다. 평소 꾸준히 반복해온 해상구조 훈련 덕분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승객들의 태도도 참사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처음 불이 났을 때는 일부 승객들이 공포에 휩싸여 동요하고, 성급하게 바다로 뛰어들기도 했지만 차례를 지키면서 노약자와 어린이, 여성부터 먼저 구명정에 태웠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양보의식이 부족해 작은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불의의 사고나 자연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피해만은 우리 힘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설봉호의 승객과 승무원, 그리고 해경이 그 길을 잘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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