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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단의 풍경을 안고 한국 찾은 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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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단의 풍경을 안고 한국 찾은 두 시인

입력
2011.09.0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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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인 뤄잉(落英)과 티엔위안(田原)이 '2011 아시아 시 페스티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때맞춰 각각의 시집 <작은 토끼> 과 <돌의 기억> (자음과모음 발행)이 번역, 출간됐다. 독특한 이력의 두 시인은 개성적인 시 세계에 현대 중국 사회와 중국 문학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시의 특징은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이제 작가들은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른 빈부격차, 금전 지상주의를 비판하거나 고향상실감을 토로하고 정체성을 고민한다. 두 시인의 작품은 이런 중국 시단의 풍경을 보여준다.

본명인 '황누보'(黃怒波)로 더 잘 알려진 뤄잉은 자칭 "중국 36번째 부자"인 부동산 재벌이다. 최근 그가 아이슬란드에서 대규모 토지를 매입한 것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정도. 부동산ㆍ리조트 분야 대기업 중쿤그룹을 경영하는 그는 1992년 첫 시집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를 냈고 <우울함을 거절하다> (1995) <도시유랑집> (2005) 등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제가 두 살 때 아버지가 반혁명인사로 낙인 찍혀 자살하셨죠. 그래서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는데, 그때 저를 위로해준 게 시였습니다. 시인으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 분야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문화로 눈을 돌렸죠. 문화개발 차원으로 부동산 사업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양가적인 태도는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예컨대 표제작 '작은 토끼'는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그는 "작은 토끼는 산업화, 세계화 시대에 점점 가치가 떨어지는 인간의 노동력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모 회사와 모 회사에 의해 '윈윈'이라고 불리는 등가교환이 진행되지만, 사실은 이기고 지는 것이 없다. 토끼의 주요 임무 혹은 가치는 빨리 번식하는 데 달려 있다. 따라서 되도록 많이 교배를 해야만 교환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작은 토끼')

뤄잉이 현대 중국사회를 날 것의 언어로 비꼰다면, 티엔위안은 이를 문학적 형식으로 드러낸다. 그는 급속한 경제발전만큼이나 빠르게 변하는 중국어를 비판하며 외국어인 일본어로 시를 쓴다. <돌의 기억> 도 일본어로 썼는데, 그는 이 시집으로 지난해 일본의 권위있는 시 문학상인 'H씨상'을 수상했다. 그가 일본어로 시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일본어는 세계 언어 중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상징성과 그가 현재 일본에 살면서 일본어를 더 많이 쓴다는 실질적인 사정 때문이다.

'당신의 근원과 그 흐름을 따라 떠다니며/ 중국에 대해 익히 잘 아는 당신을 경외하며/ 가와바타 야스나리여! 나는 한낱 중국의 시를/ 오천 년의 참 소리를 가졌을 뿐입니다' ('여름 축제-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그는 "시는 생활에서 나오는 건데 현재는 중국어보다 일본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하지만 일본어로 시를 쓰며 모국어인 중국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참여한 2011 아시아 시 페스티벌은 한국 대만 일본 터키 말레이시아 등 5개국 19 명의 시인들이 모여 만드는 시 축제다. 6일 시 문학 심포지엄과 7일 시 낭독공연으로 진행됐고, 국내 문인은 김혜순, 문태준, 강정, 진은영, 김근 등이 참여했다. 내년에는 터키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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