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제개편은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분출된 사회ㆍ경제적 요구를 질서 있게 수렴하지 못한 채 MB 정부의 정치적 한계를 드러내는 데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명목적으로 ‘부자감세’는 철회했지만, 기업들의 감세 요구를 뿌리치지는 못했다. 복지 확대에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겠다고 했으나 확실한 세수 증대방안은 없었다. 대통령이 강조한 ‘공생발전’을 위한 세제는 미흡하고, 지원 확대 주장과 달리 몰락하는 중산층 지원책은 전무하다. 당파를 떠나 성장과 복지의 정책적 황금비에 대한 전략구상이 시급해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2011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부자감세’로 비판 받던 법인ㆍ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 철회다. 당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하 강행을 주장했으나, 발표 직전 당정청 합의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써 MB 정부의 간판으로 시행돼온 감세정책은 사회적 비판에 무릎을 꿇은 모양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동시에 고용확대 기업에 혜택을 주는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를 신설함으로써 기업 감세를 확대할 여지를 따로 마련했다. 기업 감세 철회를 고용세액공제로 보전하는 ‘편법’을 쓴 셈이어서 국회 본회의 심의과정에서 논란을 빚게 됐다.
부자감세 부분이 이렇게 어정쩡하게 미봉되다 보니 복지 확대를 위한 재정건전성 제고 방안도 겉돌게 됐다. 정부는 부자감세 철회로 약 3조원의 세수가 늘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 고용세액공제 신설 및 연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여부에 따라 세수 증대액의 상당 부분은 상쇄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생발전과 추가 세수를 위해 기업의‘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지배주주 및 그 가족 등 특수관계자가 얻은 이익에 대해 개인적으로 과세를 하는 것이어서 실제 세수 증대 효과는 1,000억 원 정도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드러난 성장과 복지의 딜레마는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 없이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권은 본회의 심의에서 생색이나 내고 싸움만 할 게 아니라 국가장래를 위해 판단하되 국민이 평가할 수 있는 각자의 전략적 입장을 분명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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