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우유에 혹시라도 항생제나 농약이 들어 있을까 걱정돼 조금 비싸더라도 아이에게 유기농 우유를 먹이고 있어요. 이웃 엄마들도 많이들 그렇게 해요."(6세 딸을 키우는 주부 김채연씨)
자녀 건강을 위해 유기농 우유를 선택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지만, 가격만 비쌀 뿐 성분은 일반우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우유보다 양을 줄여 가격차가 크지 않은 것처럼 눈속임을 한 업체들도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소비자시민모임에 의뢰해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기농ㆍ비타민 우유 등 프리미엄 우유와 일반 우유를 비교한 결과, 유기농 우유 판매가격이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일반 우유의 1.8(남양유업, 매일유업)~2.6배(파스퇴르유업)에 달했다.
더욱이 유기농 우유는 용량이 750~900㎖에 불과해 일반 우유 용량(900~1,000㎖)으로 환산하면 실제 가격 차이는 남양유업이 2배(4,330원:2,140원), 매일유업 2.4배(3,900원:2,180원), 파스퇴르유업 2.7배(7,650원:2,800원)로 벌어졌다.
하지만 유기농 우유와 일반 우유 모두 항생제와 잔류 농약이 발견되지 않았고 산도, 칼슘 및 유지방 함량 도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소시모 관계자는 "우유 업체들은 유기농 사료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반 사료에 비해 50% 비싼 정도"라며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유기농 우유의 소비자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시모는 비타민과 칼슘강화 우유도 조사했는데, 서울우유의 비타민 강화우유 '뼈를 생각한 우유 엠비피'는 가격(2,670원)이 일반 우유보다 20% 비쌌지만 비타민A 함량은 오히려 3분의 1가량 적었다. 서울, 매일, 파스퇴르 등 유업 5개사의 칼슘강화 우유는 칼슘 함유량이 일반 우유의 1.5~3.2배였고, 가격은 20% 정도 비쌌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데는 유기농 사료뿐 아니라 젖소가 마시는 물까지 포함해 목장 전체를 별도로 관리하는 비용이 든다"면서 "아이에게 유기농 우유를 사 먹이는 부모들은 영양성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유전자조작(GMO) 농산물이나 항생제로 키우지 않은 젖소의 우유를 먹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들 제품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업체들이 프리미엄이나 리뉴얼 상품 출시를 빌미로 가격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단체와 함께 소시지, 워킹화, 스포츠의류 등에 대해서도 비교 작업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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