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변호사의 공동 기자회견은 안 원장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 포기와 박 변호사의 결연한 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비장감이 감돌았다.
기자회견장으로 갑자기 예약된 세종문화회관 지하1층 수피아홀에는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2시쯤부터 시내 모처에서 1시간 가량 만난 뒤 회견장에 따로따로 등장했다. 단상에는 두 개의 의자가 준비됐지만 먼저 모습을 나타낸 안 원장이 혼자 앉았다.
4시5분께부터 시작된 회견에서 안 원장이 혼자 발언하려는 순간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박 원장이 들어섰다. 취재진이 함께 단상에 앉을 것을 일제히 요구했지만 박 원장은 끝내 응하지 않았고 옆에서 지켜봤다.
후보 단일화나 정치적 연대 등의 의미보다 안 원장의 개인적인 불출마 기자회견이라는 모양새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실제 이날 두 사람 발언의 톤도 다소 차이가 났다. 안 원장은 후보단일화나 연대 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박 변호사는 상대의 '아름다운 양보'를 거론하면서 단일화에 무게를 실었다.
안 원장은 회견에서 "오늘 존중하는 동료이신 박 변호사를 만나 그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며 출마 포기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만감이 교차한 듯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안 원장은 이어 박 변호사와 포옹하며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공식적인 지원이 아닌 '심정적 지지'라는 뉘앙스가 풍겼다.
안 원장은 이어 "심정적으로 오랫동안 이해해 준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에게도 감사 드린다"고 말한 뒤 박 원장 곁으로 가서 포옹했다. 박 원장은 눈물을 보였다.
"왜 눈물을 보이냐"는 질문에 박 원장은 "(안 원장이) 예쁘지 않느냐, 멋지다"고 답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례적인 양보 선언인데 특별한 배경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원장은 "안 원장이 살아온 스타일이 이렇다"며 "어떠한 (정치적)고려나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빠져나가자 박 변호사는 마이크를 들고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서로간 진심이 통했고 정치판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자리를 원했던 게 아니고 진정으로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궁금한 것은 두 사람이 회동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을까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역할 분담'이 거론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 원장이 시장 선거 출마를 양보하는 대신 안 원장이 내년 대선에 도전할 경우 박 변호사가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얘기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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