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 기업은행 감사에 내정됐다가 낙하산 논란으로 중도 하차했던 이상목(사진) 전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이 예금보험공사 감사로 슬그머니 취임했다. 예보는 신임 감사 임명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낙하산 시비를 의식한 몰래 인사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이 이날자로 예보 감사에 취임했다. 예보 측은 "이 전 비서관의 감사 임명은 공모절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쳤기 때문에 절차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신임 감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외곽조직인 국민승리연합의 기획위원장을 지낸 MB 측근이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성공정책제안센터장과 청와대 민원제도개선비서관을 거쳐 올해 6월까지 국민권익비서관으로 재직했다.
문제는 이 신임 감사가 금융이나 감사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앞서 6월 기업은행 감사로 내정됐다가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좌절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보 감사로 취임하기까지 공모, 심의,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명제청, 대통령 임명 등 모든 선임 과정이 비밀에 부쳐진 것도 낙하산 논란이 재연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보는 지난해 10월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과 청와대 정무2비서관 출신 손교명 전 감사가 취임하는 과정에서도 낙하산 시비에 시달렸다. 손 전 감사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하기 위해 11개월 만에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선 "임기 말에 접어든 MB정부가 노골적으로 자기 사람 챙기기에 나선 모양"이라며 "금융 문외한을 감사로 보내놓고는 투명경영 운운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예보 관계자는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한 이 신임 감사 본인이 공개를 마다했다"며 "선임 과정에 결격사유가 없었던 만큼 취임 사실을 공개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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