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만 12년째. 최근 6년 동안 무산된 매각작업만도 다섯 번이다. 그 사이 거듭된 감원으로 인원은 절반으로 줄었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경영난으로 이미 파산했거나, 제 풀에 지쳐 분해 됐을 터. 하지만 이 와중에도 3년째 이익을 내는 회사가 있다.
바로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다. 옛 대우전자의 후신이다. 대우가 몰락한지 10년이 넘었고 그 사이 계열사들은 뿔뿔이 다른 기업으로 흡수됐지만, 옛 대우전자의 상징이었던 '탱크주의'정신은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일렉은 올 2분기까지 12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2008년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큰 액수는 아니지만 계속 영업이익을 내 왔으며 올해는 매출 1조4,000억원에 영업이익 45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갑작스런 세계경제 둔화조짐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지금 추세라면 그래도 이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대우전자는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빅3'가전사였으며, 특히 세계 각지에 퍼진 생산ㆍ판매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모기업인 대우그룹 해체로 대우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계속된 감원과 비주력 사업 정리를 통해 현재는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만을 생산하고 있다. 사명도 대우일렉으로 바꿨다.
문제는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계속 무산되고 있다는 점. 2006년 인도 비디오콘 컨소시엄, 2008년 모간스탠리PE, 2009년 리플우두 컨소시엄, 그리고 올해 엔텍합 및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까지 계속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세계경기상황 악화 및 인수대금에 대한 이견으로 늘 성사직전에서 무산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매각작업 무산 속에서도 흑자를 내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두 번도 아니고 번번이 매각이 좌절되고 그 때마다 사람과 생산품목을 계속 줄여가는 건 기업으로선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그런데도 흑자를 낸다는 건 그야말로 경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의 흑자비결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긴 워크아웃을 거치며 대우일렉은 TV 에어컨 반도체 등 수익성이 악화된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고,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만 남겼다.
시장공략도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바로 비용이 많은 드는 선진국 대신 블루오션인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전체 매출의 85% 이상이 수출인 대우일렉은 인도(2010년5월)와 태국(2010년3월) 시장 재진출에 각각 성공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베네수엘라 및 알제리의 전자레인지, 세탁기 시장에선 1년 넘게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6월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와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현재까지 세 달째 구체적인 재매각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일렉은 지난 5월부터 100여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 휴일도 반납한 채 전 부문에 걸친 혁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일렉은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업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계속해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보이지 않는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대우일렉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판단된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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