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유통업체 대표들을 불러 수수료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자, 중소 납품업체에 대해 3~7%포인트 인하키로 한 것. 납품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덜어질 전망이나 마지 못해 합의한 유통업계는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동수 위원장 주재로 연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간담회에서 11개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판매수수료를 3~7%포인트 인하하고 계약 기간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인하 폭과 인하 대상 중소업체 등은 실정에 맞게 이달 중 해당 유통업체가 결정하고,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키로 했다.
공정위는 추진상황을 모니터링해 실행에 옮기지 않는 업체에 대해 조사를 강화하는 등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7월부터 업체들과 만나면서 계속 조율을 해 왔고, 오늘 업체 대표들까지 모여 합의한 만큼 업체들이 잘 지켜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불만이 많다. 합의문에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동반성장을 추진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공정위의 집요한 압박과 설득에 굴복한 셈이기 때문. 그 동안 유통업계는 공정위와 대화하면서 다양한 상생 방안을 내놓겠지만 공정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수수료를 크게 인하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이번 합의가 실제 시행될 경우 유통업계의 이익은 5%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연간 200억~400억원, 신세계백화점은 150억~200억원, 이마트는 400억~45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이 과연 우리나라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수 대형사들이 유통업계를 과점하고 있어 시장 경쟁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납품업체들의 피해를 막으려면 정부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는 30~40% 수준으로 중소 납품업체들에게 가장 큰 경영상 어려움이었다. 또한 유통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이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 반품 및 감액, 상품권 구입 강요 등 불공정 행위를 계속해 왔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철우(롯데) 박건현(신세계) 하병호(현대) 등 3대 백화점 대표와 노병용(롯데마트) 최병렬(이마트) 왕효석(홈플러스테스코) 등 3대 대형마트 대표, 민형동(현대홈쇼핑) 허태수(GS홈쇼핑) 이해선(CJ오쇼핑) 신헌(롯데홈쇼핑) 도상철(농수산홈쇼핑) 등 5대 TV홈쇼핑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기준으로 백화점 81%, 대형마트 80%, TV홈쇼핑 100%에 달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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