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좌우 한 조에 1억 5,000만원, 앰프 한 대에 4억 5,000만원. 스피커와 앰프를 주축으로 한 전체 시스템을 갖추면 10억 원대가 훌쩍 넘어가는 럭셔리 오디오가 있다.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의 소설 에서 따온 이름이다. 럭셔리카 페라리보다 비싼데도, 잘만 팔리는 골드문트의 창업주 미셀 레바송 회장이 10일 방한했다. 레바송 회장으로부터 이 오디오는 도대체 왜 그렇게 비싼 지, 그래도 잘 팔리는 이유가 무엇인 지 들어 봤다.
명품 오디오, 이렇게 만든다
골드문트는 전체 직원이래야 고작 10명이다. 하지만 10명이 명품 오디오를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 그래서 모든 제작은 아웃소싱으로 진행된다. 레바송 회장은 "10명의 직원은 팀장급으로 이들은 전세계 200여명의 오디오 최고 전문가들과 그때그때 프로젝트 계약을 맺어 작업을 진행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내부 기술력도 올라가고 최신 기술도 흡수된다"고 말했다.
사실 골드문트 오디오는 전 세계를 옮겨 다니며 만든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우선 주요 부품들은 이 분야 세계적 업체들이 밀집한 스위스 로잔 근처에서 만든다. 외관제작은 절삭기술이 발달한 제네바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명판 인쇄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하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제품 개발에만 무려 5년이 걸린다.
여기에 골드문트 특유의 독자기술이 얹힌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골드문트의 대표적 스피커 에필로그 시스템의 경우, 진동을 최소화함으로써 소리의 왜곡을 줄이도록 자체 개발한 프로메테우스 기술을 적용하는데 나무보다 17배 비싼 금속을 외관 재료로 쓰고 있다. 당연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소니는 소리의 비밀을 캐내고자 골드문트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서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레바송 회장은 "(소니가 아무리 비결을 알려고 해도) 결코 그들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골드문트는 음향 기술을 국내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2003년 LG전자 경영진과도 접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 무산됐다"고 회고했다.
골드문트도 변한다
골드문트는 최근 파격적 제품을 내놓았다. 최근 보급형 스피커와 앰프 등 '메티스'시리즈를 내놓은 것. 물론 보급형이라고해도 1,500만~3,0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이지만, 기존 제품에 비하면 '저가'제품이다. 레바송 회장은 "기술 개발을 통해 수억 원대 제품의 음질을 수천 만원대 제품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을 고집하는 골드문트이지만, 요즘 첨단 디지털 기기에 부쩍 관심을 갖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으로 오디오 기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레바송 회장은 "애플 제품과 연동해 손쉽게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의 제품만 이용할 뿐 제휴를 맺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구 또 연구
레바송 회장의 할머니는 세기의 전설로 평가 받는 이탈리아의 명지휘자 토스카니니와 친했던 유명 성악가다. 그런 할머니 영향으로 레바송 회장 역시 어려서부터 음악을 가까이했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IBM 영업사원으로 10년 간 일하면서 오디오 업계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부업으로 1978년 프랑스 대학생 2명이 개발한 레코드판 재생용 턴테이블 부품을 팔던 그는 아예 이들이 만든 회사를 인수하고 본격 오디오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가 준비하는 다음 작품은 뭘까. 레바송 회장은 "10년 장기 계획을 세우고 5년에 한 번씩 신제품을 내놓는다"며 "차기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오디오"라고 설명했다. 즉 앰프 스피커 플레이어 등 모든 기기들이 벽면에 장착되고 눈 앞에는 극장처럼 거대한 스크린만 존재한다. 이곳에서 TV나 블루레이 등을 통한 영상이 재생되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기기들이 공연장 같은 완벽한 소리를 쏟아내는 것이다. 레바송 회장은 "차기 시스템은 듣는 사람이 어디에 있든 위치에 맞춰 최적의 소리를 자동 조절할 것"이라며 "상당 부분 기술 개발이 끝났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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