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들은 자존심이 상했다. 앞으로 잔여 경기가 약 한 달 동안 남았지만 팬들의 관심은 온통 윗집에 쏠렸다. 이럴 때 일수록 6~8위팀 두산 한화 넥센 사령탑은 선수들을 독려했다. 승부욕을 자극했고 치열한 경쟁을 유도했다. “남은 시즌도 베스트 멤버로 간다. 고춧가루 부대가 되겠다”는 말은 결코 빈소리가 아니었다.
한화와 두산이 고춧가루 부대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한화는 6일 대구에서 가르시아의 4타점을 앞세워 삼성을 6-0으로 제압하며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8회초 1타점 결승 2루타를 날린 가르시아는 9회초 쐐기 3점 홈런까지 터뜨리며 선두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한 달 넘게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이지만 올시즌 유독 한화만 만나면 작아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은 8승9패. 나머지 7개 팀을 상대로 유일한 열세다. 이날도 선발 매티스가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타선은 안타를 10개나 터뜨렸지만 결국 한 점도 뽑지 못했다. 오히려 필승 계투조인 권혁과 정현욱을 투입하고도 영봉패를 당했다. 지난 8월21일 대구 LG전 이후 16일 만의 영봉패.
만약 삼성이 이날 승리를 거뒀다면 경기가 없었던 롯데와의 승차를 5.5경기 차로 벌리며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그러나 ‘천적’ 한화가 다시 한 번 매운 고춧가루를 뿌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 후 “찬스를 못 살린 것이 패인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6위 두산 역시 갈 길 바쁜 ‘잠실 라이벌’ LG에 일격을 가했다. 두산은 이날 두 외국인 투수 니퍼트와 페르난도를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쳐 3-1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니퍼트는 7이닝 동안 123개의 공을 뿌리며 5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11승(6패)에 성공했다.
사실상 4강행이 멀어진 두산은 ‘영원한 라이벌’ LG만은 반드시 꺾겠다는 의지를 몇 번이나 표현했다. 필승계투요원인 노경은은 최근 “고춧가루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잠실 라이벌전은 자존심 문제”라고 했고, 포수 양의지는 “무조건 질 수 없다”고 했다.
최근 4연승 및 지난 7월1일 이후 LG전 4연승을 달린 두산은 상대 전적에서 7승5패의 우위를 이어갔다. 반면 4위 탈환을 위해서 반드시 연승이 필요한 LG는 또 고개를 숙였다. 박종훈 LG 감독은 “내일은 좋은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최근 성적이 추락하며 4위도 불안해진 SK도 목동에서 꼴찌 넥센을 맞아 치열한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4-4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시즌 6번째 시간제한 무승부.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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