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단지 우리와 같은 사람일 뿐입니다."
30여년 동안 매주 한 번 서울구치소를 찾아 사형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게 회개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사형수의 어머니' 조성애(80·세례명 모니카) 수녀. 2006년 영화로 만들어졌던 공지영의 소설 실제 모델인 그는 6일도 서울구치소를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1997년 12월30일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8일이면 사형집행 중단 5,000일을 맞아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조 수녀는 "한 사람의 힘으론 불가능했으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60여명의 사형수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은 아직 사형폐지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형존치 국가 중 10년 넘게 집행이 없는 134번째 나라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붙여준 '실질적 사형폐지국' 지위에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사형폐지 논리는 분명하다. 죄의 대가로 사람 목숨을 임의로 빼앗는 것은 또 다른 폭력에 불과할 뿐 단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죄까지 용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회개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국가가 한 생명을 빼앗는 게 문제라는 거죠. 종신제를 통해 한평생 자신의 죄를 뉘우치도록 살아가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는 또 "마치 줄을 풀었다 당겼다 하듯 사회분위기에 따라 사형집행을 한다, 안 한다 하는 통에 사형수들은 매일매일 죽다 살아나고 있다"며 "사람 목숨을 가지고 이처럼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교화 방안으로는 교육을 통한 회개를 으뜸으로 꼽았다."사형수들이 처음엔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에 엇나가다가도 따뜻함으로 행동이 잘못됐었다는 것을 알려주면 뉘우치는 생각,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결심, 결심을 지키기 위한 봉사약속 순서로 회개가 이뤄집니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간호학과 졸업 후 용산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에 입회한 조 수녀는 80년대 말부터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상담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사형수 중 9명은 안구와 신장을 사회에 기증했으며, 조 수녀는 가족이 인수하지 않은 사형수 시신을 직접 거두기도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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