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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강태공 안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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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강태공 안태공

입력
2011.09.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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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한쪽은 세월을 낚는 '강태공(姜太公)파'이고 또 한쪽은 놓친 고기가 아쉬운 '허풍공(虛風公)파'다. 강태공은 한가하게 낚시를 했지만 지극히 계산적인 고수였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주나라의 초빙을 받아 왕의 스승이 돼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그 공으로 제나라 시조까지 되었겠는가.

강태공은 낚싯바늘이 아닌 바느질 하는 바늘로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깁다가 결국 제나라를 낚아 주인이 되었다. 그가 진정한 강태공이라면 피비린내 나는 현실 정치에 나가지 않아야 했다. 반면 허풍공은 대어를 잡지 못해도 잔챙이만으로 행복하다. 어린아이 손바닥 만한 도다리라도 한 마리 잡으면 바다를 다 얻은 듯 득의양양해진다.

만약 허풍공이 낚시를 하다 물고기를 놓치면 그때는 장탄식이 바다를 덮는다. 묵직한 손맛이 분명 천하의 대어였을 것이라며, 하늘과 바다가 준 기회를 놓쳤다고 야단이 난다. 그 물고기는 몇 년이 지나도 죽지 않고 점점 커져 결국은 고래 만한 물고기를 놓쳤다는 후일담이 된다.

나는 강태공보다는 세상과 이웃을 즐겁게 해주는 허풍공과 낚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허풍공은 바로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강태공은 역사에 한 명이면 족하다.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낚시를 하는 안철수씨가 자꾸 계산하는 강태공을 닮았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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