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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 유럽 협동조합에서 배운다/ "덴마크 60개 도축장 9개로 합쳐 경쟁력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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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 유럽 협동조합에서 배운다/ "덴마크 60개 도축장 9개로 합쳐 경쟁력 쑥쑥"

입력
2011.09.0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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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서 150㏊면적의 농장을 경영하는 대농(大農) 구엘료 임마누엘씨. 그는 농장 50㏊에 사과를 재배하는데 생산량의 20%는 주스와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지역 농업협동조합 브렌따뉴에 출하한다.

조합은 조합원이 출하한 사과의 유통과 판매를 전적으로 책임지기 때문에, 임마누엘씨는 최근 조합과 18년 장기계약을 하고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의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출하와 판매를 위해 농민들도 조직이 필요하다"며 "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농이라도 다른 농가와 뭉쳐 규모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7월 발효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준을 앞둔 한미 FTA 등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시장개방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민들의 협동조합은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가 돼야 한다. 그래서 규모화, 첨단화, 집중화에 성공한 유럽의 농업협동조합은 우리 농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표적 낙농국가 덴마크는 2009년 60개가 넘었던 도축장을 9개로 통폐합했다. 규모화를 통한 생산비 절약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첨단시설도 과감히 투자했다. 1890년대 설립된 도축협동조합 대니쉬 크라운이 대표적인 예다. 초음파 센서가 이산화탄소 질식 방식으로 도축한 돼지의 몸통을 스캔해 지방, 골격, 고기비율 등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도축된 돼지가 매달려 있는 갈고리에 부착된 칩에 입력한다. 대니쉬 크라운 관계자는 "고기를 잘라내는 곳에선 X-선 촬영장비를 활용, 부위별로 정밀하게 잘라낸다"며 "전 과정이 40분 밖에 걸리지 않아 한 주에 10만 마리를 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도축된 돼지는 독일 영국 등 주변국은 물론 한국으로도 수출된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산화탄소 질식 방식의 도축장치를 도입하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 생산성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어미돼지 1마리가 낳는 새끼돼지 숫자가 한국은 10.5마리로 덴마크(14마리), 네덜란드(13.1마리)보다 적은데 생산비는 이들 국가보다 35~41%가량 더 많이 들어간다. 어미돼지 한 마리가 낳아 1년간 출하되는 평균 새끼돼지의 수(MSY)도 한국은 15.2마리로 덴마크(24.5마리) 네덜란드(24.7마리)의 60%수준이다.

대니쉬 크라운의 칼 뮬러 전략담당 이사는 "식육산업연구소에서 번식 기법을 농가들에 전수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우리 조합원 중에는 어미돼지 1마리가 연간 평균 28마리 낳고, 어떤 농가는 35마리도 낳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농가 1호당 경지면적은 1.5㏊로 덴마크(53.6㏊), 프랑스(48.6㏊)의 3%에 불과하다. 게다가 논농사, 밭농사를 지으며 돼지나 소까지 기르는 복합영농이 주류라 한 분야에 집중하는 유럽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유럽 농업선진국과의 경쟁을 지레 포기할 순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농촌의 불리한 조건은 농협이 분발하면 얼마든지 그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협경제연구소 유춘권 박사는 "지나치게 세분화된 지역 농협의 합병과 인수로 규모를 키워 대량 영농자재 공급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내리는 등 경영 효율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대출 사업에만 치우쳐 '발등의 불'이 된 농업재구조화 작업은 등한히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농협 회장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되면서 농민들의 불신도 팽배한 상황이다. 그래서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하는 농협법 개정을 계기로 농협 개혁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박종수 충남대 교수는 "농산물 유통ㆍ판매는 물론 지역 조합의 규모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협 중앙회가 환골탈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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