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배구판에 세터 출신 사령탑이 득세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3일 이경석(50·사진) 경기대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 3년에 사인한 이 감독은 실업팀 고려증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명세터였다. 경기대와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팀에서 지도력을 인정 받은 이 감독은 2005년 프로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우승(리그, 컵대회)하지 못한 LIG의 구원 투수로 영입됐다.
이 감독이 합류하면서 남자 프로배구판에 세터 출신 사령탑은 4명으로 늘어났다. V리그 4연패 위업을 달성한 신치용(56) 삼성화재 감독은 성균관대 졸업 후 세터로 실업팀에 입단해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컴퓨터세터' 계보를 이은 신영철(47) 대한항공 감독도 2010~11 시즌 정규리그 1위와 2011년 컵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원조 컴퓨터세터' 김호철(56)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총 사령탑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사령탑을 맡은 뒤 삼성화재의 독주를 저지하며 리더십을 인정 받은 그는 여전히 각 프로팀의 차기 감독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세터 출신 사령탑이 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과 상관 관계가 깊다. 프로배구 구단의 관계자는 "감독을 선임할 때 세터 출신 사령탑의 선호도가 높은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LIG 구단 관계자는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도 세터 출신을 우선 순위에 놓았다. 프로에는 세터 출신 지도자가 없어 이경석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며 "세터 출신들이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탁월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세터는 경기 전체를 읽는 눈이 필요한 포지션이라 대체적으로 두뇌 회전이 빠른 선수들이 맡는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도 세터의 토스워크와 경기 조율 능력에 따라 승부가 좌우되기 때문. 세터 출신들이 아무래도 세터 조련에 일가견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령탑으로서도 인기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 구단의 관계자는 "세터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기술적인 조련이 필요하다. 세터 출신 사령탑이 세터 훈련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세터에 따라 팀 컬러도 바뀔 수 있어 각 팀들은 세터 조련에 공을 들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세터 출신인 신 감독 부임 후 정규리그 1위와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비상하고 있다.
명세터 출신인 이 감독이 '만년 4위' LIG도 바꿀 수 있을지 2011~12 시즌이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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