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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피아니스트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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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피아니스트 김효진

입력
2011.09.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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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과정을 밟던 2001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녹음한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체임버홀에서 가진 네 번째 독주회에서 연주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각각 난해한 현대곡, 아이들이 들어도 좋아할만한 곡이다. 그야말로 극과 극. 피아니스트 김효진(39)씨의 예술적 스펙트럼이면서 전술적 거점이다.

"이번 음악회는 특별해요. 즐거운 음악 감상을 위해 포인트를 뽑아 드릴게요." 1일 연주회에서 무선 마이크를 들고 등장한 그의 말에 객석은 공감의 웃음으로 답했다. 렉처 콘서트란 예고는 전혀 없었지만 그의 '요점 정리'는 요령 있게 청중과 교감했다. 저 같은 해답을 스스로 도출해 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2004년 귀국해 펼쳤던 첫 콘서트의 냉담한 반응은 위기의 신호였다. 제자들까지 어렵다고 할 정도였으니. 이후 고민을 거쳐 마련한 이번 연주회가 변곡점이 돼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게 됐다. "청중의 이해가 관건이란 생각에서 이틀 전에 결정했죠."

드뷔시의 작품을 연주하기 전에는 작가 특유의 5음계가 갖는 색채감을 설명하며 상상 속 스크린에 그림을 띄워보라 했다. "이미지를 그냥 즐기세요." 슈만의 '사육제'를 연주하기 앞서 "연주자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심판의 곡"이라더니, 앙코르 때 에릭 사티의 곡 연주 전에는 "CF에 많이 나온 곡"이라고도 했다.

연주 도중 객석에서 두어 번 휴대폰이 울렸고, 휴대폰 액정의 불빛도 비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은 한 곡이 완전히 끝나고 난 뒤에야 열띤 박수를 퍼붓는 성숙한 감상 태도를 보였다. 그의 청중 개발에 나름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페이스북, 친구들과의 SNS 등을 통해 이번 연주에 등장하는 곡에 대해 상세히 설명, 호응도 얻었다. 드뷔시의 작품을 두고 "자장면(모차르트), 짬뽕(슈만) 사이의 군만두"라고 마음 편히 설명한 것도 나름 먹혔다.

"10년 미국 유학 이후 강사 생활을 전전하다 현재 계약직 교수로 있으면서 겨우 안정됐어요." 적잖은 음악학도가 맞닥뜨릴 상황이다. 그는 "나를 상품으로 팔면서 콘텐츠 개발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관건"이라면서 "뇌과학적 발견을 응용한 피아노 연주 메소드 개발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40년 동안 틀어박혀 피아노만 치다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자가 맞닥뜨린 숙제"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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