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주당 지도부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거세게 충돌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변호사 등 외부 인물들이 야권 후보로 부각되는데 반해 당내 후보군의 존재감은 미미하자, 이를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가 양 갈래로 나뉘어 감정 섞인 공방전을 벌였다. 주요 현안 때마다 부딪쳐온 당 지도부내 주류와 비주류가 정가를 강타한 '안풍'(安風) 앞에서 더욱 심각한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이 "손학규 대표는 앞으로 대선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고 공격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출마 당사자로서 시장 선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손 대표의 지난 주 언급에 대해 천 최고위원이 "그렇다면 송충이는 솔잎을 먹지 않아야 한다고 생물도감 내용을 바꿔야 하느냐" 며 반박한 것이다. 이에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는 정견 경연장이 아니다"고 역정을 내면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회의장 밖에서도 고성이 들릴 정도로 갈등은 이어졌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이 "최고위원은 집단 지도체제의 책임자들이니 명심해달라"며 일부 최고위원들의 공개 발언 자제를 에둘러 요청하자, 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을 훈계하느냐. 하극상아니냐"고 받아 쳤다. 박 정책위의장은 다시 "지금까지 천정배, 정동영 최고위원 발언으로 당이 지지도 면에서 많이 손해를 보지 않았느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정장선 사무총장이 천 최고위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자, 잠자코 듣고 있던 손 대표가 "죄송은 뭐가 죄송이냐"라고 발끈했다.
급기야 정동영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자꾸 통합 경선, 통합 후보를 얘기하는데 그 동안 실제로 한 일이 뭐냐. 민주당이 손학규 개인의 당이냐"고 직격하면서 양측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갈등이 격화하자 손 대표는 "민주진영의 단일 후보는 당과 내게 주어진 시대적 숙명"이라며 "당내 경선 일정과 방법 등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실기하지 말고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달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또 안 원장과 박 변호사의 영입 실패 지적에 대해서도 "아직 실패로 단언할 일은 아니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단일 후보를 만드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면서 서둘러 마무리했다.
한편 당 공심위는 야권의 서울시장 통합 후보 경선에 내세울 당 후보를 28일 선출하기로 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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