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융사 ARS 30% "주민번호 대라" 여전히 배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융사 ARS 30% "주민번호 대라" 여전히 배짱

입력
2011.09.05 17:30
0 0

회사원 장모(31)씨는 한 외국계은행에 인터넷뱅킹 관련 문의를 위해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상담원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주민번호를 입력한 뒤 상담원에게 "왜 개인 정보를 무작정 요구하느냐"고 따졌지만, "은행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금융감독원은 올 들어 개인 정보 유출사고가 잇따르자, 5월 금융회사들에게 ARS에서 주민등록번호를 강제적으로 요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개선 시한인 6월 말이 두 달도 훨씬 지났지만, 상당수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외국계은행과 일부 증권사 및 보험사의 배짱이 두드러졌다.

한국일보가 5일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35개 주요 금융회사의 ARS를 확인해 본 결과, 주민번호 입력 없이는 상담원 연결이 아예 불가능한 곳이 30%에 육박한 10개나 됐다.

국내 은행들은 '주민번호를 입력하거나 원치 않으면 우물정(#)자를 누르라'며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씨티와 SC제일 등 외국계은행은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상담원 연결을 원천 차단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하는 멘트 뒤에 5초 정도가 지나야 '원치 않으면 별표(*) 버튼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고객들의 주민번호 입력을 유도하고 있었다.

가장 심한 곳은 손해보험업계. 주요 7개 손보사 중 현대해상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동부화재 등 절반이 넘는 4곳이 주민번호가 없으면 상담원 연결은 물론 아무런 업무를 진행할 수 없었다. 1위 보험사인 삼성화재조차도 단순 상담자에게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했으며, 수초 기다리면 상담원과 자동 연결되는 편법을 동원했다. 특히 상담 급증에 따른 예약상담의 경우엔 반드시 주민번호를 입력하도록 했다.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곳은 조사 대상 중 LIG손해보험과 악사다이렉트 뿐이었다.

증권업계도 비슷했다. 8개 조사 대상 중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4개사가 주민번호 없이는 상담원 연결 등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했다.

나머지 금융회사들도 비회원의 경우 주민번호 없이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지만 자사 고객에 대해선 단순 업무 처리나 상담을 위해서도 주민번호 입력을 강제했다. 또 금융당국이 ▦상담원 연결은 '0'번 ▦이전 단계 '#' ▦다시 듣기 '*' 등 표준화된 번호를 부여하고 각 단계마다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내렸음에도 불구, 이 역시 상당수 금융회사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설령 주민번호 입력 없이 상담원 연결 등이 가능하다고 해도 복잡한 시스템 탓에 몇 차례 시도해야 겨우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귀찮아서 주민번호를 입력하도록 사실상 유도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과도한 주민번호 요구는 주민번호 오ㆍ남용에 따른 피해 발생과 개인 사생활 침해 등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아주 제한적으로만 개인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