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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좌파 첫 대통령" 위키리크스 외교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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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좌파 첫 대통령" 위키리크스 외교전문

입력
2011.09.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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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승리가 좌파들에게 첫 대통령을 가져다 주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8월 18일 주한 미 대사관은 본국에 보낸 외교전문에서 김 전 대통령을 '좌파들의 첫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1997년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 '첫 번째 평화적 정권 교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김 전 대통령의 정체성을 좌파로 규정했다.

전문에는 또 김 전 대통령 측이 서거 나흘 전인 14일 주한 미 대사관 측과 미국 조문단 구성을 상의한 내용도 기술돼 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조문단장으로 와 줄 것을 요청했지만 실제 장례식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조문단장으로,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 대사 등 10명이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이 전문에서 미국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김 전 대통령이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뒤 82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미국 망명 길에 오르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8월 19일자 전문에는 "서거 후 한국 언론들이 김 전 대통령의 구명에 미국 정부가 한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고 돼 있다.

주한 미 대사관은 또 김승규 전 국정원장(27대)이 2006년 10월 사임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퇴 압력 때문이었다는 내용을 본국에 보고했다. 2006년 11월 1일자 전문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등 사정당국은 민주노동당 간부와 참여정부 386 관계자가 중국에서 북한공작원을 접촉한 '일심회'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전문은 한나라당이 그 와중에 김 원장이 사퇴한 것은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거셌다고 보고했다. 이 전문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들' 항목에는 주한 미 대사관이 정보원의 말을 인용해 "10월 25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돼 있다. 김 원장은 하루 뒤인 26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외교안보 진영을 새로이 구축하려는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하고 해명했지만 의혹이 말끔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주한 미 대사관은 후임 원장으로 내정된 김만복 당시 국정원 1차장을 '충성파'로 규정한 뒤 "조직의 안정을 유지하고 임기 후반 청와대가 국정원을 다잡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문은 또 일심회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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