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ㆍ26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검토한다는 소식만으로도 기성 정당이 주물러온 선거판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기성 정치권을 압도해버린 그의 인기와 파괴력은 가히 '안철수 현상'이라 부를만하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헛된 공방과 부패 의혹 등으로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한국 정당 정치의 위기가 이런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데 전문가들의 분석은 일치했다. 하지만 "이미지와 인기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미지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안철수 현상의 배경은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안철수 현상은 주요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기본 배경"이라며 "국민들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류석진 서강대 교수는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분출하는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를 기존 정당이 포용하지 못하면서 정당 정치의 위기가 도래했다"며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낀 집토끼들이 들로 산으로 뛰어 나가다 보니 제3세력이 생겨날 여지가 마련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에다 보수ㆍ진보의 격렬한 대립에 따른 피로감,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 등이 어우러져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정당들이 사회적 균열과 갈등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게 국민들의 요구"라며 "그런데 국민들은 기존 정당들이 당리당략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정희 교수는 "안 원장이 단순히 행정을 한다는 생각으로 서울시장직에 도전한다면 한계가 있다"며 "지금이야 호감이 높지만 구체적 이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류석진 교수는 "조직도 없고 어떤 정책과 비전을 펼지 구체화한 게 전혀 없다"며 "안철수 현상은 아직 거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훈수꾼이 옆에서는 훈수를 잘 하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면 달라진다"고도 했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거대한 행정조직을 이끌면서 갈등을 조율하는 것이 서울시장의 역할인데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이내영 교수는 "안 원장이 한국 정치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의 평가는
안철수 현상의 배경에 대해선 정치권 인사들도 대체로 동의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안철수 바람의 의미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경고"라며 "여야가 손잡고 민생을 위해 노력해야 기현상이 없어지리라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은 "강남 아줌마들도 안철수 찍겠다는 사람이 많다"면서 정당정치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 같은 분은 유능한 과학자로, 컴퓨터 백신 전문가로 세계 1등이 되게 해줘야 한다"며 "정치권이 부추겨서 망가뜨리는 것은 안타깝지만, 본인도 간이 배 밖으로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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