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서민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백사마을, 일부 주거지의 원형을 살리면서 개발"
서울시가 5일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 23%를 보존구역으로 설정하는 재개발을 하겠다며 발표한 보도 자료의 제목이다. 시는 이 지역 9만9,900㎡에는 평균 15층 아파트 1,964가구를 짓되 나머지 4만2,000㎡의 주거지에 있는 354가구는 리모델링해 보존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시는 "(백사마을에는) 70년대 주거ㆍ문화생활 옛모습 그대로 정감 어린 마을의 아름다운 공동체가 존재해 사라져가는 주거지 생활사를 600년 서울의 흔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가 매년 30여 곳을 지정하는 일반재개발 지역에서 백사마을처럼 '집, 골목길, 계단길, 작은 마당 등 40년간 쌓인 마을 정취'를 일부라도 보존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시가 이제 와 '인간의 삶의 지혜가 깃든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말하는 게 왠지 어색한 이유다.
뉴타운사업 시범지구인 은평, 길음, 왕십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뉴타운 사업을 한 곳에는 발표자료에도 있는 '끝없이 이어진 골목길' 대신 고층 아파트와 상업 시설들이 들어선다.
마을 주민들이 모이던 구멍가게나 마을회관 대신 대형마트가 자리를 차지한다. 지금까지의 뉴타운 사업은 지난 세월의 흔적과 삶의 질감을 지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주민 재정착률은 불과 30~40%대에 그쳤다.
백사마을에 일부 보존의 필요성이 있다면 또 다른 60~70년대 달동네인 개미마을도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성북구 홍제동 지구단위 계획(3만2,3835㎡)에 따르면 용적률 130~150%의 새 건물이 들어서는 내용뿐이다. 시의 이번 발표를 재개발 정책기조와 패러다임의 근본 변화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악어도 먹이를 삼킬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이는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기 때문에 나오는 기계적 눈물이다. 그린벨트 지역을 재개발하며 일부 보존 방안을 내놓은 시의 발표에 '악어의 눈물'을 보는 것 이상의 감정을 느낄 시민이 있을까.
김청환 사회부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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