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세종로 종로 등 도심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행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또 폭력시위나 장시간 도로를 점거한 단체는 6개월~1년 범위에서 유사 집회를 제한할 방침이다. 시위로 인한 국민 불편 해소 차원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지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청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 도심지 도로 집회ㆍ행진 대응방침을 발표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종로 세종로 태평로 등을 도심 주요 도로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의 대응방침에 따르면 도로행진 때 신고된 차선을 넘어 불법 점거하는 경우 미신고 불법집회로 간주, 해산에 나서기로 했다. 또 행진 도중 도로를 점거해 벌이는 약식 집회에 대해서도 중대 범법행위로 보고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도로상에서 행진 속도는 시속 3㎞ 이상을 원칙으로 하는 등 세부 조건도 구체화 하기로 했다. 경찰은 특히 실제 지난달 20, 21일 민주노총 시국대회, 27, 28일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집회 과정에서 시위대는 도로 행진에 나섰다. 이를 막는 경찰의 폴리스라인 주변에서 몸싸움도 있었고 태평로 등 서울 시내 주요 도로가 최대 4시간 40분 동안 점거되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행진에 대해서는 시작과 종료 시각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폭력시위나 장시간 불법 도로점거 단체에 1년 또는 6개월 범위에서 유사한 내용의 집회 금지 ▦복면 시위 및 소음 측정 기준을 넘어서는 시위 규제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물리력을 이용해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경우 현장에서 검거하고, 신고하지 않거나 금지를 통고한 불법 시위대가 물리력으로 폴리스라인을 침범 또는 훼손하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찰의 강경 방침은 최근 조현오 경찰청장의 강공 드라이브와 무관하지 않다. 조 청장은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강정마을 공권력 추가 투입, 돌발시위를 차단하지 못한 경찰 관계자 징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홈페이지 폐쇄 등 강경책을 내놓은 데 이어 도심 집회에 대해서도 규제 강화 방침까지 제시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 5조의 ‘방화나 폭행 등으로 공공의 안녕이 명백히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근용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은 “과거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해서 아예 시위를 불허한 예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에 대해 법원은 경찰의 권한 남용으로 판시했다”며 “경찰이 또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라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도 “개별 집회와 시위 성격을 파악해서 규제 여부를 따져야지 특정 단체가 여는 모든 집회에 대해 금지한다면 경찰의 명백한 집시법 위반이자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 자유를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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