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미래.' 살다 보면 더 나은 앞날을 꿈꾸고 갈망하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미래지향적인 뜻이 담긴 만큼, 듣는 이들에겐 삶의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대체로 과거보다는 현재가, 현재보단 미래가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현재나 미래가 반드시 과거보다 나은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보다 과거가 좋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분양가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신규 분양현장에서도 과거로 회귀한 '착한 분양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수도권 미분양의 늪으로 꼽히는 경기 용인에서 분양에 나선 S건설사는 이 지역의 6년 전 평균 분양가(3.3㎡ 당 1,080만원)보다 저렴한 분양가(1,070만원)를 들고 나왔습니다. 최근 B건설사가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공급한 중소형 아파트도 6년 전 분양가로 소비자를 맞았습니다. 미분양 타개를 위한 건설업계의 고육지책이겠지만, 소비자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동산이 활황이던 시절,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은 고분양가로 엄청난 수익을 냈습니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비롯해 집값을 잡기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그런데 호황 뒤 찾아온 침체의 그늘은 정부가 그토록 잡고 싶어했던 고분양가 관행을 별 힘 들이지 않고 끊어냈고 '착한 분양가'까지 유도하고 있습니다.
바뀐 시장 상황에 적응하고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제 가격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단순한 경제논리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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