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콩 100알 중 5알만 국산이라는 사실은 '종자전쟁'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식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농산물 중 하나인 콩은 한반도가 원산지다. 농촌진흥청 국립유전자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야생콩만도 1,100여종이나 된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의 콩 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 6일 밤 11시 20분 방송하는 EBS '하나뿐인 지구-오래된 미래, 토종'은 총성 없는 21세기 전쟁으로 불리는 종자 확보에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짚어 본다.
토종 가축도 씨앗만큼이나 귀한 존재. 토종 돼지는 일제강점기인 1908년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실시한 가축 개량사업으로 멸종 위기까지 갔었다. 체구가 작고 성장 속도가 느려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래종인 버크셔종, 요크셔종 돼지와 교배해 개량했기 때문에 현재 토종 돼지는 그 수가 많지 않다.
토종은 이 땅에서 자라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고 질병에도 강하다. 이는 그 씨앗을 받아 되풀이해 심어도 일정한 수확량을 얻을 수 있음을 뜻한다. 제작진은 충북 괴산의 고추 농가와 경기도 시흥의 도시농업 터전 '연두농장'에서 이를 확인했다. 지난해부터 대화초와 노가리초, 빵빵이초라 불리는 토종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연두농장에서는 탄저병 없이 여름 내내 고추를 수확했다. 구제역 여파 속에서도 별 탈 없이 방목 돼지들을 지켜낸 충북 청주의 돼지농장도 찾아갔다.
변화하는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갖출 수 있도록 토종을 끊임없이 재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토종의 입맛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연두농장은 도시 소비자의 밥상에 토종 농산물을 올릴 수 있는 회원제도를 실시하는 등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힘을 합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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