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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뒷걸음질치는 한국 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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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뒷걸음질치는 한국 육상

입력
2011.09.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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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했던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4일 막을 내렸다. 대회 초반 미숙한 운영으로 전국체전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지만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를 앞세운 대회 마지막 경기 남자 4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이 작성돼 최악의 대회는 면했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조직위원회 측은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축구의 월드컵,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여타 단일 종목과는 격이 다르다. 유도 태권도 양궁 등 대부분의 단일 종목 세계선수권대회는 체급이나 거리만 나눠서 진행될 뿐이지만 육상은 던지기, 달리기, 도약 등을 기본으로 인간이 근육으로 연출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한 장소에서 벌어져 다양한 종목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다.

대구 대회가 막을 내림으로써 우리나라는 월드컵과 동ㆍ하계 올림픽에 이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5번째 나라가 됐다. 스포츠 국제무대에서 어깨가 우쭐할 만하다. 그러나 정작 대구 대회에서 거둔 한국 육상의 성적표를 보면 처참하다 못해 왜 세계대회를 유치해 역대 3번째 노메달 개최국이라는 수모를 안아야 했는지 자괴감마저 든다. 한국은 한국신기록 4개와 결선 진출자 1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물론 모든 국제대회의 성공 여부를 성적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도 있고, 흑자 운영으로 수익을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10위권에 있다고 자부하는 한국 스포츠가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우선 대구 대회는 대회에 걸맞는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항전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 중심에는 우리 선수들의 역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가정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은 아닐지라도 메달 획득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3, 4명만 있었어도 매스미디어를 비롯한 관심은 훨씬 컸을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피겨스케이팅과 수영의 김연아와 박태환이 세계대회는 물론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붐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육상의 마라톤은 고(故) 손기정 옹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가깝게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월계관을 쓴 종목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 육상의 현주소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대입해보면 단거리, 중장거리, 필드 종목은 언감생심이고 유일한 희망이었던 남자 마라톤도 이봉주 은퇴 이후 계보를 잇지 못하고 있다. 육상이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면서도 어릴 때 '싹수'가 보이면 인기 종목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에 재목을 빼앗겨 선수 저변이 두텁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주변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육상의 발전 속도는 외국이 경보라면 우리는 낮은 포복 수준이다. 꿈나무 발굴은 짧은 시간에 되지 않는다.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번 대회가 끝나자마자 '한국 육상이 배가 불러 목표를 잃었다'는 지탄이 쏟아졌다. 한국 육상은 벌써 "라면만 먹고 뛰었어요"라는 소감을 남겨 온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86 서울아시안게임 3관왕 임춘애를 잊은 것일까. 한국 육상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참패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팬들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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