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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신영웅시대의 시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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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신영웅시대의 시험 무대

입력
2011.09.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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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씨! 시골의사 박경철씨, 가수 김장훈씨 등과 뜻을 모아 창당하세요. 정치혁명 일으켜서 기존 정당들, 썩은 정치인들을 싹 쓸어버리고 새판을 짜 봅시다."

"일부 젊은 층에서 인기가 있는 모양인데, 도저히 시장감이 아닌 것 같다. 결국 찻잔 속의 물결로 끝날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ㆍ26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시사한 뒤 온라인 기사에 붙은 댓글들이다. "서울시장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안 원장의 한마디는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안 원장의 출마를 놓고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공통적으로 제기된 궁금증이 하나 있다. '안 원장이 왜 갑자기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안 원장의 고민은 며칠 사이에 순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정치권 확 바꿔보자' 목소리 확산

이미 두세 달 전부터 정치권 주변에서는 머지않아 안 원장이 정치권에 뛰어들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이끌고 있는 안 원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박경철씨 등이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새 정치'의 깃발을 들 것이란 소문이었다. 이들이 기존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그러던 차에 서울시장 보선이란 특설무대가 마련되자 안철수 카드를 흘리게 된 것이다. 초반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여야 정당 후보들을 제치고 단연 선두로 떠올랐다. 안 원장이 실제 출마할 경우 선거 막판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정치권에 몸을 담지 않은 인사가 정치면 기사의 주연으로 등장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안 원장뿐만 아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도 서울시장 보선에 출사표를 던지려 하고 있다. 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특정 정당의 당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 참신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들은 보수 우파도, 전통적 좌파도 아니다. 대체로 중도진보 또는 중도개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새 얼굴들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양극화 심화와 빈곤층 확대, 청년 실업 확대 등으로 서민과 젊은 층 사이에서 "확 바꿔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여야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새 영웅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 '3김 시대'가 막을 내린 뒤 유권자들은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새로운 '언덕'을 기대하고 있다. 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확산으로 네티즌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새 인물을 갈구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과 내년 4월 총선, 내년 12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이벤트는 신(新)영웅시대의 도래 여부를 판가름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은 첫 시험무대가 된다.

서울시장 보선이 첫 고비 될 듯

이들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 밖에 있을 때는 우군은 있지만 적군은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 진입하는 순간 직계세력 외에는 모두 잠재적 적군으로 돌아선다. 사방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도덕성과 지혜, 힘, 정책을 갖고 있어야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운 인물들이 위력을 발휘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도 크게 흔들린다. 만일 안 원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쓰나미를 맞게 된다. 이어 대선 과정에서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기존 대선주자들의 지위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새 인물론은 그야말로 거품 실험에 그치게 된다. 10월 말쯤에는 첫서리가 내린다. 과연 서울시장 선거에서 기성 정치권은 된서리를 맞게 될까.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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