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를 제대로 배우면 오토바이 폭주는 애들 장난 같아서 못해요."
오토바이로 밤거리를 폭주하던 청소년들이 멋진 스쿠터 레이서로 거듭났다. 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탄천변 스피드 트랙 경기장에서 '2011 코리아 스쿠터 레이스 챔피언십(KSRC)' 대회가 열렸다. '50㏄ 통합전' 등 4종목의 스쿠터 스피드 경기가 치러진 이번 대회 참가 선수 80여명 중 'CITI 주니어전'에 참가한 두 명의 고등학생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한 때 폭주에 빠져 있던 최원재(18ㆍ남양주공업고)군과 김성은(18ㆍ구리 수택고)군. 이들은 이날 대회에서 세련된 코너링을 선보이며 각각 4, 5위를 기록했다.
이들이 대회에 참가한 데에는 공통된 사연이 있다. 최군은 2월 경기 구리시에서 친구들과 오토바이 5대에 8명이 타고 달리다 신호위반으로 경찰에 단속됐다. 김군은 지난해 10월 남양주시에서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오토바이를 운행하다 적발됐다. 마침 경찰은 계도차원에서 폭주 전력이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스쿠터 레이싱 기술을 가르쳐 주는 모터스쿨 참여를 제안했고, 적발 후 훈방 조치된 최군과 김군이 2월 모터스쿨에 참여했다. 대림자동차가 운영하는 스쿨에서 이들은 4회에 걸쳐 스쿠터 운전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으며 스쿠터 레이싱 실력까지 일취월장해 불과 두 달 만에 모터스쿨 정식 선수로 등록했고 4월 1차 대회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레이스에 참가했다.
당당히 레이서로 거듭난 최군과 김군은 "제대로 스쿠터를 배우면 폭주는 시시해서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군은 "폭주족이었을 때는 겉멋이 들어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경기장에서 느끼는 스릴은 폭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레이싱의 매력을 설명했다.
스포츠로 스쿠터를 즐기는 아들의 모습에 오토바이라면 기겁을 하던 부모님의 태도도 변했다. 최군은 "과거 사고 난다며 말리던 부모님이 이제는 경기장에서 안전 장비를 잘 갖추고 타라며 허락해 주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교육 덕분에 이들의 꿈도 바뀌었다. 최군은 "오토바이같이 바퀴 달린 것은 다 좋다"며 "관련 정비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고, 김군 역시 "모터스쿨 교관들처럼 전문적으로 오토바이를 배우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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