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발생한 서울 서초동 디스코텍 딥하우스 살인사건 범인이 숨진 주범 이모(62)씨(한국일보 9월2일자 8면) 외에 2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구치소에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있다가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지난달 9일 숨진 범인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가 돈이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4일 "이씨는 당시 한탕을 하기 위해 동네 후배인 이모(50), 강모(45)씨 등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이들은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같은 동네 선후배 사이"라고 말했다.
97년 3월 11일 당시 강남권 최대 디스코텍이었던 딥하우스 지하 1층에서 여주인 오모(당시 43세), 관리인 김모(당시 55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고 14년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살인죄 공소시효(15년)가 1년여 남은 지난 4월 다른 살인강도죄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이던 이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용산서 형사에게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경찰이 물증 확보를 위해 추가 조사를 벌이던 중 이씨는 간암이 악화해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이씨는 당시 딥하우스 안에 당구대가 설치돼 있었다는 등 내부 구조를 자세히 얘기했다"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범인과 경찰만 알 수 있는 당시 피해자들이 입고 있던 옷과 신발, 몇 가지 정황을 진술했는데 확인 결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달 말 공범 이씨를 조사했다. 그러나 경찰은 "주범 이씨가 숨진 사실을 알고 이씨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며 "일단 이씨의 유전자정보(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범인 강씨는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사실까지는 확인했으나 추가 조사는 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사건 당시 전날 매출금 2,600만원이 당구대 아래에서 발견된 것을 근거로 강도 가능성을 배제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숨진 관리인 김모씨가 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당구대 아래에 숨겨 놓았고, 그래서 범인들이 돈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검찰과 딥하우스 사건 처리 방향을 협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검찰과 협조해 숨진 이씨한테 자필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를 두 번씩 받았다"며 "나중에는 숨진 이씨가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면 혐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진술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이씨가 숨지는 바람에 그것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숨지지만 않았더라면 딥하우스 살인 사건을 깨끗이 종결 지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그러나 공소시효를 6개월여 남기고 범인과 공범을 확인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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