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검사가 수사해 기소했는지 꼭 기사에 실명으로 써 달라. 이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록에 남겨야 한다."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 보도와 관련,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가 확정된 조능희 MBC PD수첩 전 책임프로듀서는 2일 대법원 판결 직후 참았던 울분을 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맨 먼저 수사 검사들을 일일이 거명한 뒤 "이중에 누가 이번 수사 결과에 책임질 것인지 검찰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확정 판결에 대해 검찰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의 공식 반응은커녕, 수사 책임자 누구 하나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기만 했다. 최근까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검찰 간부는 "인사발령이 나 지방에 왔다. 서울중앙지검으로 물어보시라"고 했고, 다른 책임자는 "개인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1, 2심 판결 이후 검찰 간부들이 직접 나서 불만을 표시하며 즉각 상소할 뜻을 밝혔던 것과 비교해도 의외의 반응이다.
물론 정권 차원에서 진행된 수사에 대해 검사 개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조직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법률전문가의 양심에 비추어 이 사건 처리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소할 때는 그처럼 당당했던 검사들이 1,2,3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자 장막 뒤로 몸을 감추기 급급한 모습이 참으로 딱하다.
대통령 차남을 구속 수사해 국민적 존경을 받았던 심재륜 전 대검 중수부장은 '칼에는 눈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눈 없는 칼에 검사 자신이 다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 휘두르라는 뜻이다. PD수첩 수사라인의 침묵이 눈 없는 칼을 휘두른 데 대한 뒤늦은 반성이길 바란다.
사회부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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