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교육감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이면합의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곽노현 후보측 회계책임자 이모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부상했다. 4일 검찰에 소환된 이씨의 진술 여하에 따라 곽 교육감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회계책임자는 돈 관리를 총괄하는 자리라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긴다. 곽 교육감은 자신과 서울대 법대 72학번 동기로 죽마고우(竹馬故友)나 다름없는 이씨를 적임자로 선택했다. 곽 교육감은 법대를 졸업했지만 사법시험을 치르지 않고 인권분야에 관심이 많아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역시 비(非)고시파로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와는 학창시절부터 '코드'가 맞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교육감 선거 직전 곽노현 캠프 카페에 이씨가 올린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씨는 "40년 지기로서 나는 곽노현의 장점과 단점들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곽노현 캠프 측 관계자는 "당시 곽 후보는 자신이 진보진영 후보라서 당선이 되더라도 선관위와 검찰의 조사가 있을 것이라며 100원짜리 하나도 근거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그 만큼 이씨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곽 교육감은 물론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전달한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와도 법대 동기로 흉금을 터놓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자신이 가장 믿었던 이씨의 이면합의로 인해 교육감직을 그만두게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자신은 몰랐다고 하지만, 검찰이 유죄를 자신하고 있어 힘겨운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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