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이 건네졌다'는 단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만 일치된 의견을 보이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검찰은 그 외 돈의 성격, 이면합의 여부 등 세부적 사실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결국 5일 곽 교육감의 소환 조사에선 '이면합의와 2억원의 연관성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곽 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 소환 조사는 이 사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억원을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후보 사퇴를 하면 금전적 지원을 하겠다'는 이면합의에 따라 받은 대가성 금품으로 보고 있다. 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 이모씨가 이면합의를 했다는 진술, 박 교수의 녹취록, 실제 돈이 건네진 사실을 그 증거로 삼고 있다. 특히 곽 교육감은 '선의의 지원'이라고 했지만, 이씨와 박 교수 측이 이면합의를 인정한 이상, '합의 이행으로 2억원이 건네졌다'는 구도로 사건이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검찰 입장에서 구성한 사건의 얼개일 뿐, 세밀한 내용에 따라 달리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박 교수가 2억원을 받을 당시 작성했다는 차용증의 경우, 검찰은'선의의 지원'이었다는 곽 교육감 주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물증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차용증은 2억원을 대가로 준 것이 아니라 경제적 궁핍을 호소하는 박 교수에게 빌려준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돼 곽 교육감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곽 교육감이 단일화 협상 당시 금전 약속을 단호히 거부했다는 사실은 박 교수 측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곽 교육감이 지난 2월부터 건넨 2억원과 지난해 5월 이씨가 주도한 이면합의가 별개라는 점이 입증되면, 후보 매수는 이씨의 단독 범행이 되고 지난해 12월2일로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결국 곽 교육감은 무죄 선고를 받는 동시에 회계책임자 처벌에 따른 당선무효 가능성도 사라지게 된다.
검찰은 곽 교육감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 중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돈을 받은 박 교수가 이미 구속된 점, 곽 교육감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영장 청구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충분한 근거를 토대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현직 교육감이라는 점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는 법원이 '방어권 보장'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칫 검찰 수사가 탄력을 잃을 수 있고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때문에 검찰은 곽 교육감을 일단 돌려보낸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공을 전적으로 법원에 넘기거나, 안전하게 불구속 기소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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