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조직위 "흑자" 주장 불구 단순계산으로도 2160억 적자
잔치는 끝났다. 9일간 대구에서 열린 지구촌 최대 육상인들의 제전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대회를 개최한 조직위원회는 내심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회 초반 조직위 내부의 소통부재로 불협화음이 있었으나 대과 없이 올 시즌 유일한 세계대회를 끝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흑자대회라는 자신감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기존 시설을 활용해 큰 돈 들 이유가 없었다. 메인스타디움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지은 것을 리모델링 했다. 경기장 투자라고 해봐야 기존 우레탄재질의 트랙을 걷어내고 몬토트랙과 대형 전광판 교체 정도가 꼽힌다.
대구시는 이번 대회에 운영비 1,758억원, 시설비 708억원 모두 2,466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마라톤코스 확장ㆍ정비와 진입로 개설, 육상진흥센터 건립비(618억원) 등 994억원을 더하면 3,460억원으로 늘어난다. 엑스코 확장 등을 모두 포함하면 선수촌 건립비(2,000여억원)를 빼고도 6,000억원대다. 하지만 도시기반 시설이 많아 '비용'은 직접 운영비와 시설비, 육상진흥센터건립비 등 3,084억원 정도다. 입장료(약 100억원) 선수촌임대료(55억원) 등 수입은 924억원. 단순계산으론 2,160억원 적자다.
하지만 조직위는 절대 적자대회가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다. 실제 선수ㆍ임원단과 취재진 등의 소비지출과 홍보효과를 고려하면 흑자로 봐도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여희광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 저비용 고효율 대회"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국비지원 규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적자, 흑자대회가 뒤바뀔 수 있다"며 "그런 구분자체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고민해야 할 것은 완벽에 가까운 대회시설 재활용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스타디움은 실제 매년 수 십억원 단위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기장 건설비 2,836억원 중 지방채로 조달한 1,855억원에 대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해마다 100억~173억원씩 갚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적자를 메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대구스타디움 서편주차장 부지에 복합 수익공간 '대구스타디움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5만㎡ 부지에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대형 면세점, 유통업체,상가 122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조직위 김충한 팀장은 "이 일대를 다목적 문화체육 공간으로 개발할 방침이라며 황금알을 낳는 상권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3대도시인 대구에서 치른 매머드 국제대회가 수익을 맞추기 어려운데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나아가 평창동계올림픽은 더욱 더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세계선수권을 교훈 삼아 지자체의 마구잡이 국제대회행사 유치및 운영전반에 대해 면도날 같은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들의 무문별한 국제스포츠 대회 유치에 따른 부작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차례 지적됐지만 그때뿐이었다.
지난해 전남도가 영암군에서 개최한 F1국제자동차 경주대회가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2,000억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남도는 올해도 수백억원의 정부예산을 지원해 달라며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범도민진상규명 대책위원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재정파탄의 대명사인 F1대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는 또 어떤가. 대회를 유치한 충주시는 생산유발효과 1,159억원, 고용 창출 1,44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자대회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조차 고개를 가로저으며 예산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유치도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 않고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민단체에서는 "빚더미에 허덕이는 시 살림살이를 고려해볼 때 국비 지원이 없으면 개최권을 반납해야 한다"며 시를 압박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결국 경기종목을 줄이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해 대회를 치르겠다며 한 발 물러서야 했다.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2015 광주 하계U대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광주시는 국비 3,000억원을 받고 나머지 7,000억원을 자체조달하겠다고 밝혔는데 해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肩꼰愎?9,500억원의 경제효과 창출이란 말은 듣기 민망할 정도다. 유치과정에서 각국 참가선수단의 항공료와 식숙박료 전액을 지원한 것도 '넋 나간 서비스'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손익계산을 따지지 않고 해당 지자체장들의 업적쌓기식으로 국제대회를 유치한다면 빚더미 재앙이 불가피하다"며 "실제 수 년내 파산하는 지자체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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