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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검정새를 보는 열세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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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검정새를 보는 열세 가지 방법

입력
2011.09.0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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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무 개의 눈 덮인 산속에서,

단 하나 움직이는 것은

검정새의 눈.

2

나는 세 개의 마음을 가졌지.

세 마리 검정새가 앉아 있는

나무처럼.

3

검정새는 가을바람에 선회하였다.

그것은 무언극의 일부였다.

4

남자와 여자는

하나다.

남자와 여자와 검정새는

하나다.

[……]

12

강이 움직이고 있다.

검정새가 날고 있음에 틀림없다.

13

오후 내내 저녁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눈이 내리려 하고 있었다.

검정새는 앉아 있었다,

삼나무 가지에.

한 사물과 만나는 방법을 몇 가지쯤 알고 계세요? 시인은 열세 가지나 알고 있군요. 눈이 계속 내릴 듯한 겨울날 시인은 삼나무에 앉은 새 한 마리를 봅니다. 멀리 보이는 스무 개 남짓의 하얀 산에 둘러싸인 검은 새 한 마리의 고요한 몸짓 자체가 검은 눈동자의 움직임 같습니다. 그런 조용한 날에 마음을 들여다보면 오직 단단한 하나의 영혼이라고 확신했던 마음의 여러 갈래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무에 앉은 세 마리 검정새처럼 그 마음이 각기 다른 순간에 날아오를지 몰라요.

새는 우리 눈에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건 새가 아주 멀리까지 날아가서 커다란 원으로 우리 둘레를 돌고 있다는 뜻이죠. 우리 곁의 강이 흐르는 건 그 먼 곳의 부드러운 날갯짓에 물결들이 물살을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아직도 더운데 눈 내리는 풍경의 시는 좀 엉뚱하다고요? 그건 눈 내리는 시와 만나는 또 한 가지 방법입니다. 검정새를 여러 방식으로 만나는 일이 맘에 드신다면 열네 번째 방법도 알려드리지요. 전 지금 막 비틀즈의 '블랙버드'를 틀었습니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5115801

월리스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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