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자꾸 칭얼대길래 그냥 기분이 안 좋은가, 많이 놀아 피곤한가 했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이라고 달랬는데도 계속 찡찡거리니 슬슬 짜증이 나 아이를 나무랐다. 신나게 잘 놀다가 왜 차 타니까 칭얼거리냐고, 심심하면 엄마랑 얘기하면서 놀고 졸리면 자면 되지 왜 찡찡대냐고. 아이 눈에 금방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속으로 뜨끔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구역질을 하더니 와락 토해버렸다. 비닐봉지나 휴지 같은 걸 대줄 새도 없이 순식간이었다. 아이를 안고 있었으니 아이나 나나 카시트나 꼴이 엉망이 됐다. 그리고 나서야 알았다. 아이가 멀미를 했다는 걸.
아이는 어른보다 멀미를 잘 한다. 두 살 이후부터 열두 살까지가 멀미가 가장 많은 시기다. 특히 차를 탔을 때 아이들이 멀미를 자주 하는 이유는 시야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멀미는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와 몸이 느끼는 움직임이 다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멀미가 일어나지 않는다. 외부 힘으로 움직일 때만 멀미가 생긴다.
몸집이 작은 아이가 차 안에 앉으면 의자에 가려 앞이 잘 안 보인다. 키가 작은 아이에게는 창문도 높다. 바깥이 잘 안 보이니 아이 눈에 들어오는 시각정보는 정지해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아이 몸은 차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린다. 눈은 정지해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데 실제로 몸은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기대하는 움직임과 실제 움직임이 다른 것이다. 혼란에 빠진 몸은 잠이 오면서 속이 메스껍고 토하기도 하는 반응을 보인다.
몸집이 큰 어른은 아이에 비해 창 밖의 움직이는 풍경을 더 잘 볼 수 있다. 시각정보와 몸의 느낌이 일치한다는 소리다. 하정훈소아과의원 하정훈 원장은 "신경기능이 완성되지 않았고 차 탄 경험도 많지 않은 영유아는 특히 멀미를 많이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쉰 살이 넘으면 멀미가 거의 없어지고, 보통 여자가 남자보다 멀미를 많이 겪는다. 1분에 6~40번 정도 진동이 있을 때 멀미가 가장 심하게 생긴다고도 알려져 있다. 황인홍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단 멀미 증상이 나타나면 차에서 내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편히 누워 찬 공기를 쏘이면 나아진다"고 조언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와 내 옷을 빨았다. 며칠 지나 그 옷을 다시 입었더니 아이가 그랬다. "엄마, 엄마! 그거 내가 토한 옷이지!" 태어나 처음 겪은 멀미가 아이 기억에 또렷이 남은 모양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