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 별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 별세

입력
2011.09.04 12:04
0 0

노동운동가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1929년 대구 달성군에서 태어난 이씨는 70년 11월 13일, 아들 전태일이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한 뒤 인생이 달라졌다. “내가 다 못한 일을 엄마가 해준다고 약속해 주세요”라는 아들의 유언에 이씨는 “내 뼈가 가루가 되어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들이 불탄 자리에서 어머니는 일어섰다.

이씨는 아들의 유언을 몇 배로 지키는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 노동운동 현장의 앞자리는 늘 그가 지키고 있었다. 아들의 뜻을 이어 청계피복노조를 결성했고 군사독재 시절 경찰과 정보기관에 쫓기는 수배자들을 숨겨주기도 했다. 86년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았고, 98년엔 의문사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수배됐으며 4번이나 구치소 신세를 졌다. 이런 사회운동 공로로 4월혁명상, 만해대상 실천부문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병이 있던 이씨는 7월 심장 이상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고 최근 한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3일 오전 가족과 장기표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이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3일 오후부터 고인을 추모하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이 찾아 애도를 표했다.

장기표 이사장은 4일 빈소에서 “어머니는 아들과의 약속을 200% 지켰다. 이소선 어머니가 없었다면 전태일의 뜻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는 한 아들을 잃고 수천, 수만의 아들과 딸을 얻으신 이 땅의 노동자의 어머니”라고 회고했다.

연예인 김제동씨도 이날 빈소를 찾아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절박한 사람들의 입장을 알아주고 들어주는 역할을 하셨다”며 비통해했다. 한승헌 변호사는 “하늘나라에 가면 ‘소선’이 아닌 ‘대(大)선’이 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전태삼씨와 딸 순옥ㆍ순덕씨가 있다. 발인은 7일 오전 8시. 장례는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 주최 사회민주장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아들이 묻혀 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