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은 비교적 산뜻하게 출발했다.
2일 출범한 노다 총리의 내각지지율은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 67%, 요미우리(讀賣)신문 65%로 나타났는데 이는 역대 내각 지지율 중 5, 6위에 해당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53%, 마이니치(每日)신문은 57%로 니혼게이자이나 요미우리신문에 비해 다소 낮게 나왔지만 불과 일주일전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 지지율이 10%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지지율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친서민·화합정치로 초반 인기몰이
집권 여당인 민주당 내부 경선 당시만 해도 여론 지지율 4%에 불과하던 노다 총리가 이처럼 급상승한 이유는 뭘까. 일본 언론은 노다 총리가 스스로 몸을 낮추는 친서민 스타일을 강조한데다 당내 화합을 중시하는 탕평 인사를 무리 없이 실현한 것이 이유라고 분석한다.
지난 달 29일 사실상 총리 선거에 해당하는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뒤 노다 총리는 일본의 시인이자 서예가인 아이다 마쓰오의 작품을 인용해 "시골서 자란 촌뜨기가 금붕어 흉내를 내고 있지만, 촌스럽게 땀 흘려 일하며 정치를 발전시키는 미꾸라지(도조)가 되겠다"고 발언한 뒤 일본 언론은 그가 이끄는 내각에 도조내각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발언 이후 이 작품이 담긴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아이다 마쓰오 기념 미술관의 방문객도 늘고 있다.
도조라는 발음은 진주만 공습을 지시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훗날 A급 전범으로 체포돼 사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와 비슷하다. 노다 총리가 "A급 전범은 더 이상 전범이 아니다"라고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가 우익정권으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엉뚱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각 출범 기자회견에서 임기 중 자신을 비롯한 장관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우익 회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반대파를 보듬는 포용인사도 인기의 비결이다. 노다 총리는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파 인물 3명을 간사장이나 장관에 기용했다. 이면에는 상대파 배격으로 인해 사사건건 정책 결정에 발목을 잡혔던 간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첫 번째 시험대, 소비세 증세
노다 총리는 야당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허리를 90도 숙이는 겸손함을 보였다. 노다 총리의 이 같은 포용정치는 민주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정당 지지율도 20%후반에서 30%대로 올라 10%대에 머무는 자민당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노다호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당장 심각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소비세 증세가 시급하다. 하지만 이는 국민에게 직접 부담을 지우게 돼 지금까지 어느 정권에서도 섣불리 공론화하지 못했다.
평소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노다 총리의 입장에서 증세는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친화력을 내세워 자신과 당의 지지도를 끌어올린 노다 총리가 증세 문제와 관련해 어떤 카드로 국민을 설득시킬지 주목된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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