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광우병 보도의 일부 내용은 분명한 허위였다. 그러나 악의적 의도가 명백하지 않은 이상, 이를 이유로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적 언론 보도에 대해 함부로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2008년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됐던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이로써 PD수첩 측은 일부 사실과 다른 허위 보도를 했다는, 그리고 검찰은 정권 입맛에 맞는 무리한 '정치적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년을 끌어온 이 '싸움'에서 완벽한 승자는 없었다.
보다 더 치명타를 입은 쪽은 검찰이다. 검찰은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PD수첩 제작진을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1ㆍ2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 판결도 다르지 않았다. 원심과 마찬가지로 PD수첩 방송 부분 중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와 광우병 소의 관련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 ▦한국인의 유전자(MM형) 특성상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 94% 등의 내용이 허위이긴 하지만, 형사처벌을 할 사안이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국가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로 인해 이에 관여한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된다 해도,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지 않았다면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검찰의 기소는 명예훼손죄에 대한 법리 오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소극적인 해석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형사사건과 별도로, 농림수산식품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ㆍ반론보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정보도 대상을 축소한 것도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해석한 결과다. 서울고법 항소심은 정부의 대응조치와 협상태도에 대한 PD수첩의 비판을 '허위사실'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정정보도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PD수첩이 입은 상처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다우너 소'나 '유전자 특성상 발병확률' 등 이 사건 보도의 핵심 내용들이 허위사실로 판정을 받았다. 정확한 사실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언론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대법원은 한국인의 MM형 유전자 부분과 관련해 2008년 당시의 후속 정정보도가 미흡하다며 "방송 분량이나 위치, 화면 구성 등이 원래 보도와 균형을 이루는 범위 내에서 일반 시청자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다시 하라"고 했다. 방송 초기나 말미에 '간단히' 정정보도를 해 버리는 언론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우리사회의 이념 대립이 그대로 반영됐던 사건인 탓인지, 대법관들의 의견도 상당 부분 엇갈렸다. MM형 유전자 관련 보도가 허위라는 다수 의견에 대해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대법관은 "사소한 부분의 오류, 수치 과장에 불과하며, 핵심 내용인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부분은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소수 의견을 냈다. 재차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이들 3명과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대법관은 "이미 충분히 정정보도를 해 그 목적이 달성됐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정부의 대응조치 관련 보도에 대해선 김능환 안대희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박병대 등 6명의 대법관이, 우리 정부의 협상태도 관련 보도에 대해선 안대희 양창수 민일영 박병대 등 4명이 "(의견표명이 아닌) 사실적 주장에 해당한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대법관들마저도 이렇게 치열한 논쟁을 거쳤다는 점에서, PD수첩 보도로 야기된 우리 사회의 진통이 쉽게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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