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파를 탄 TV광고 가운데 가장 히트작은 뭘까.
취향에 따라 제각각 이겠지만 광고업계 종사자들의 생각은 대체로 둘로 압축된다. 하나는 기저귀를 찬 쌍둥이 아기 형제가 옹알이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SK텔레콤의 'T만의 소셜커머스, 초콜릿'광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차두리가 등장해 '간 때문이야~'라는 노래를 부르는 대웅제약 '우루사'광고.
광고효과 전문조사기관 한국CM전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루사 광고 차두리 편은 지상파 TV광고 브랜드별 호감도에서 57.56%로부터 호감을 얻어 광고 효과 1위를 차지했다. SK텔레콤의 쌍둥이 옹알이 광고 역시 5월 한 달 동안 전파를 탄 광고 중에서 광고호감도 지수 1위에 올랐다.
대체 이들 광고의 히트 비결은 무엇일까. 잘 나가는 걸그룹이 등장한 것도 아니고, 조각 같은 한류스타가 나온 것도 아닌데 뭣 때문에 이 광고가 뜬 것일까.
쌍둥이 옹알이 광고 제작을 총괄한 이광수 SK M&C ECD(Exeuctive Creative Director)로부터 성공광고의 비결을 들었다. 그는 최근 ▦'생각대로 T-콸콸콸 캠페인' ▦'11번가-산다라 해 편' 등을 만들었고, 앞서 ▦박카스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 ▦에쓰오일 '좋은 기름 좋은 운전' ▦삼성카드 'Why not?' ▦KT QOOK(쿡) 런칭 캠페인 ▦KTF SHOW '1살/7살/20살 SHOW'캠페인 등 인기 광고를 제작한 국내 광고시장의 대표적인 히트 제조기다. 올해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광고 대상'을 2007년, 2008년 2년 연속 받기도 했다.
그는 "CF에는 무엇보다 CF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Contents)와 재미(Funny)가 담겨야 좋은 성공한 CF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광고는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만 담는 15초 홍보영상이 아니다. 그 자체로 볼 만한 15초 문화 콘텐츠여야 한다는 게 이 디렉터의 지론이다. 장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대중은 '아 이건 광고니까 좀 덜 웃겨도 된다'는 식으로 봐주질 않기 때문이다.
그는 "광고에 대한 대중의 참을성이 과거보다 훨씬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대중은 이제 광고를 드라마나 영화 처럼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고 즐긴다는 얘기다.
이 디렉터는 "재미 있는 광고는 개그콘서트 보다 웃겨야 하고 마음을 울리는 광고는 인간극장보다 진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미
광고는 긍정의 장르이다. 대중은 100가지 아쉬운 것 중에서 가장 그럴 듯 한 것 1개를 찾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메시지를 전달해 공감을 얻기에는 '유머'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
이 디렉터는 광고 속 유머의 효과를 "일요일 오후 냉장고, 섞어 찌개, 라면 수프의 상관 관계"로 표현했다. 뭐 좀 먹을 게 있을까 해서 열어 본 일요일 오후 냉장고는 텅 비어 있다. 아쉬운 대로 있는 재료를 다 넣어 섞어 찌개를 만들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 때 라면 수프를 넣으면 신기하게 맛이 살아난다. 광고가 바로 그런 효과라는 얘기다.
하지만 재미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르는 법. 그는 광고를 만들 때마다 팀원들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하는 걱정들을 많이 한다고 했다. 실제로 광고에 대한 불만, 항의도 많다. 그럴 때마다 그는 '용기'를 강조한다. 모든 이들이 허락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결코 재미를 얻을 수 없다. 웃음이 크면 불만은 잠재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공감
한국 대중은 어디선가 접해 봤을 법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좋아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는 것보다 있던 것에 어떤 맥락을 입히느냐가 핵심이다.
옹알이 광고도 그렇게 탄생했다. 원래 두 쌍둥이의 옹알이 화면은 시청자 퍼니비디오 스타일의 UCC로 제작돼 유튜브에서 이미 1,000만 조회 수를 넘긴 인기 동영상이었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한 꼬마가 양말을 한쪽만 신고 있는 것을 보고 '반 값 쇼핑' 아이디어로 써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과연 누가 이 동영상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까.
하지만 광고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익숙한 상황에 새로운 의미를 줌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얻어낸 것. 실제로 아기들 부모도 '이 화면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하며 좋아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있던 얘기 가지고 너무 쉽게 만든 것 아니냐" "완전히 날로 먹었다"고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그는 "광고에선 유(有)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이 창조"고 믿는다고 했다.
이 디렉터는 재미 있는 광고를 잘 만드는 사람은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웃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찰리 채플린이 그랬듯 '웃길 줄 아는 사람'은 '눈물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 책, 음악, 만화, TV 등 광고 이외의 다양한 장르와 문화적 소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이 디렉터는 이외수 씨?책에 나온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광고를 만든 적이 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본 경쟁 광고회사 대표가 직원들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그 대표도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찾아보라"며 바로 그 책을 줬지만 아무런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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