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당신을 가장 위대한 전투지휘관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2008년 9월 이라크 바그다드,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관 임기를 끝내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통제불능으로 보였던 이라크의 전황이 퍼트레이어스 임기 19개월 동안 놀랄 만큼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37년간의 군생활을 마감하고 6일 중앙정보국(CIA) 국장 취임을 앞둔 퍼트레이어스가 테러와의 전쟁 시기 미군의 상징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WTC) 붕괴 직후 시작된 미국 대테러전의 산 증인이다. 2003년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잘 알려진 정예부대 101공수사단을 지휘하며 이라크와 인연을 맺은 뒤 그는 세 차례나 이라크에서 사령관직을 수행했다. 이라크가 안정되자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투입돼 미군사령관(2010년)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사령관을 차례로 맡았다. 1990년대 미군의 상징적 존재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었다면, 2000년대 미군의 아이콘은 퍼트레이어스인 셈이다.
CIA 수장으로서의 퍼트레이어스에 대한 기대는 높다. 일단 지난 8년간 양대 전선에서 대테러전을 무리 없이 수행한 만큼 정치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미 의회가 양쪽으로 갈라져 부채협상에서 날을 세우던 6월말, 상원은 퍼트레이어스의 CIA 국장 인준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언론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AP통신은 그를 "전쟁 기간 동안 군인ㆍ학자ㆍ정치인(군정)의 전범이었던 미국의 가장 유명한 장군"이라고 묘사했다. 프린스턴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문무를 겸비한 야전 군인으로 대선후보 하마평에도 오르는 만큼 무난히 CIA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CIA 국장이 어떤 자리인가.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대테러전을 기획ㆍ운영해야 하고 민간인 살상을 각오하고서라도 비밀공작 명령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음지에서 각종 지저분한 뒷거래도 마다할 수 없는 자리다. 때문에 야전교범(FM)만 충실히 따르던 직업군인이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첩보세계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1년간 CIA에 근무했던 마이클 모렐 부국장(현 국장 대행)이 퍼트레이어스를 가이드할 것"이라며 당분간 '골수 CIA맨' 모렐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CIA가 퍼트레이어스 취임 이후 군사조직 성격이 강해지면서 기존의 첩보활동보다는 각종 군사활동에 더 높은 비중을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IA 내부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군 출신이 국장 자리를 차지하는 데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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