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아직 번역 안 된 해외서적 가운데는 읽을만한 게 더러 있긴 한데."
중동전문가인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부교수는 9ㆍ11 테러와 이후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에 다소 망설이는 눈치였다. 전문가의 머릿속에 이거다 하는 책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국내의 관련 도서층이 빈약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뜸을 들인 뒤 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3권. 우선 미국 abc방송 기자 존 쿨리가 쓴 <추악한 전쟁> (이지북 발행)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지원한 이슬람 테러 조직이 결국 미국에 칼끝을 겨누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경도와 태도> (21세기북스). 9ㆍ11을 전후해 자신이 쓴 칼럼과 일기를 모은 책으로 9ㆍ11로 자살을 감행한 이들은 누구이며 이슬람 세계는 왜 이들에게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지, 미국인들은 왜 분노의 표적이 됐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펼쳐져 있다. 최근 출간된 <진리를 향한 이정표> (평사리)도 추천 목록에 들어갔다. 이슬람 과격파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이드 쿠틉이 옥중 집필한 책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의 이념 구조를 알 수 있다. 진리를> 경도와> 추악한>
인문학 서적을 중심으로 활발한 서평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우씨는 슬라보예 지젝의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장 보드리야르의 <테러리즘의 정신> (동문선), 테리 이글턴의 <성스런 테러> (생각의나무)를 추천했다. 9ㆍ11과 테러의 이면에 도사린 철학적인 문제들을 짚어본 책들이다. 지젝의 책은 <실재계 사막으로의 환대> (인간사랑)라는 제목으로 국내 번역출간됐으나 절판된 것을 이씨 등이 새로 번역해 낼 계획이다. 지젝은 책과 같은 제목의 창비웹진 투고에서 9ㆍ11로 분명해진 것은 '이런 폭력은 텔레비전 스크린을 통해 안전한 거리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미국이 이제 직접적으로 이런 폭력에 개입되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재계> 성스런> 테러리즘의> 실재의>
이슬람 역사서로는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가 쓴 <이슬람문명> (창비), 레바논계 프랑스 소설가 아민 말루프의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침이슬) 정도가 많이 읽혔다. 최근 출간된 미국 저술가 타밈 안사리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뿌리와이파리)도 반응이 좋다. 이슬람의> 아랍인의> 이슬람문명>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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