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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시민이 노조를 감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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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시민이 노조를 감시하자

입력
2011.09.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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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득권 세력을 색깔 하나로 딱 규정한다면? 그야 말할 것도 없이 칙칙한 회색일 것이다. 비리 향기 담뿍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삼 거두인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모두가 비리라는 말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돈 받고 빽 써 준 정치인,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특정인을 위해 써 버린 고위 관료, 하청업체에게서 신나게 받아 먹은 기업인을 우리는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노조는? 원래 노조는 기득권 세력의 반정립이다. 당연히 비리로부터 철저히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비리 바벨탑인 기득권 세력을 몰아치면서 스스로의 내연을 확대할 수 있다. 청렴이 존립 조건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 노조는 기꺼이 스스로 비리 집단화하고 있다. 존립 조건을 내동댕이치는 일이다.

지난달 23일 경찰청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교통안전공단 직원 10여명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공단 전 노조 간부 A(56)씨를 구속했다. 노조 간부의 힘이 세지면서 이처럼 인사에 개입하는 사건이 매우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채용을 알선했다가 걸린 경우도 있다.

6월에는 더 쇼킹한 사건이 있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노조원 97명이 업무 시간에 수백 만원에서 수억 원대의 사이버도박을 하다 회사 감사에서 적발됐다. 또 이 노조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도입을 반대하며 쟁의 발생까지 결의한 상황에서 대의원 3명이 업무 시간에 스크린골프장에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좀 더 거슬러 2005년에는 양대 노총이 한꺼번에 대형 비리에 휘말리는 참 예쁜 모습을 보여 줬다. 당시 한국노총 이남순 전 위원장은 근로자복지센터 건설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사법처리됐고, 민주노총 강승규(48) 전 수석부위원장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으로부터 업무 편의 대가로 돈을 받아 처벌받았다.

원래 기득권 세력은 돈과 권력을 갖고 있다는 태생적 본성 때문에 만성 비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외자를 대변하는 노조는 가진 것이 없어 비리가 생길 여지가 적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노조가 비리 한 축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힘이 강해지면서 정치적, 경제적 혜택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떡고물이 있으면 이를 둘러싼 비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2005년 양대 노총 비리 이후 노동계는 앞다퉈 자정 결의를 하고, 이런저런 비리 방지책을 내놓았다. 떡고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별로 변한 것은 없다. 각종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자기들끼리 덮거나 대충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각계 인사가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노조 감시 기구 말이다. 자체 개혁이 무의미해진 현실과 사태의 시급성을 인식한다면 노조도 이를 반길 것이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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