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가능, 월 200만원 보장'
지난달 19일 경기불황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배모(50ㆍ무직)씨는 생활정보지에 난 구인광고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쇄물 배송 등 단순한 업무에 비해 처우가 매우 좋았던 것. 취업은 의외로 간단했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 사무실을 찾아가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통장사본 등 서류만 제출하고 스마트폰 개통을 전제로 채용이 바로 확정됐다.
회사는 무슨 일을 하든 모르는 척 해주면 월급을 350만원으로 높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배씨는 꺼림칙했지만 출근했다. 하지만 회사는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구직자들이 제출한 서류를 이용, 신분증을 위조해 제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고급 중고 승용차를 구입하고 이를 다시 되팔아 돈을 빼돌리고 있었던 것. 중고차 3대, 스마트폰 16대 등 보름간 이들이 22명의 구직자들 명의로 챙긴 돈만 9,000여 만원에 달했다. 불법행위를 알고 배씨가 그만두려 하자 회사 간부들은 조직폭력배로 돌변, 배씨의 온몸을 마구 때리고 오른쪽 가슴을 1cm 가량 찌르고 목에도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냈다.
서울관악경찰서는 2일 취업사기 행각을 벌이다 이를 눈치채고 그만두려는 직원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 및 사기)로 김모(40)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공범 조모(49)씨를 쫓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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