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오늘을 살아가는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내일을 내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미술품 컬렉션을 통해 내 삶은 더 매력적으로 변했어요."
세계적 아트 컬렉터인 프랑스 PPR 그룹의 프랑수아 피노(75) 회장이 자신의 주요 소장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전시를 연다. 아시아에서는 첫 전시다. 3일부터 두 달간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프랑수아 피노 컬렉션: 고뇌와 황홀'전.
PPR 그룹은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알렉산더 맥퀸 등 럭셔리 브랜드와 프렝탕 백화점 등 유통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거대기업으로, 1998년 경매회사 크리스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2,000여점에 달하는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피노 회장은 저명 미술잡지 아트리뷰가 2006년과 2007년 '모던아트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할 정도로 세계 미술계에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전시 작가 중 한 명인 제프 쿤스와 함께 한국을 찾은 피노 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는 이성이나 사고보다는 그 앞에 섰을 때 두근거리는 작품, 마음으로 끌리는 작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유행이나 남들의 평가 같은 귀에 들리는 것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시선과 떨림으로 작품을 고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른 작품들 중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것은 제프 쿤스와 데미언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신디 셔먼의 국내 미공개작 23점이다. 이들 4명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작품값이 높은 작가들이다. "한국은 이제 막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전시는 저변 확대를 위해 오늘날의 세계 미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스타 작가들 위주로 꾸몄어요. 하지만 다음 전시는 덜 알려졌지만 중요한 작가들을 소개해 한국 관람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네요."
40여년 전부터 미술작품을 수집해온 피노 회장은 난생 처음 미술관을 가본 게 30세 무렵이었다고 했다. "태어나 자란 마을이 워낙 시골이라 미술을 향유할 수 없었죠. 처음엔 남들처럼 구상미술에 관심을 가졌으나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인상파, 입체파 작품을 거쳐 최근 10여년 동안은 현대미술 작품들을 주로 모으고 있어요." 한국작가로는 이우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그는 "이우환이 아직까지는 세계 최고의 스타는 아니지만 조만간 그렇게 부상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예술에는 경계도 국적도 없어요. 나는 예술가에게 한번도 국적을 물은 적이 없습니다. 다만 내가 가진 작품들을 가지고 세계를 순회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을 뿐입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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