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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판만 져도 탈락" 명인전 16인의 전사들 지옥의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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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판만 져도 탈락" 명인전 16인의 전사들 지옥의 레이스

입력
2011.09.0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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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 최고의 영예인 명인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영광의 레이스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제39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본선 16강 토너먼트 경기가 6일~10월 4일 매주 화ㆍ수요일에 한 판 씩 열린다.

16강 토너먼트에는 전기 우승자 박영훈과 준우승자 원성진을 비롯해 이창호, 강동윤 등 본선 시드 배정자와 박정환, 백홍석, 진동규, 김형환, 김승재, 이태현, 박정근, 윤찬희, 나현, 최정, 황재연, 조인선 등 예선 통과자들이 출전한다.

올해 명인전 본선 멤버는 전체적으로 나이가 확 젊어졌다. 시드 배정자 4명을 제외한 12명의 면면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얼굴들이 많다. 이세돌, 최철한 등 톱 랭커들이 일찌감치 통합 예선에서 탈락한 가운데 황재연, 조인선 등 아마추어들이 프로를 연파하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고 15세 소녀 기사 최정이 여자 기사 최초로 본선 무대에 오르는 등 저단진 돌풍에 고단자들이 그야말로 추?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그러다 보니 이창호가 36세로 본선 멤버 중 최고령자고 박영훈 원성진(26)이 그 다음, 최정(15)이 가장 나이가 어리다. 30대가 1명, 10대 5명에 나머지 10명이 모두 20대 초반이다. 평균 연령도 22.7세로 명인전 사상 가장 젊다. 최근 세계 바둑계서 1990년 이후 출생한 이른바 '90후 세대'가 급격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드디어 한국 바둑계도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시작된 느낌이다.

대진표는 박정환 - 백홍석, 이창호 - 윤찬희, 강동윤 - 박영훈, 김승재 - 원성진, 김형환 - 진동규, 박정근 - 조인선, 최정 - 이태현, 황재연 - 나현의 대결 구도로 짜여졌다. 어느 한 판도 쉽사리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명인전 본선 진행 방식이 단판 토너먼트로 바뀌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한 판 한 판이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여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열리는 본선 16강전 첫 판은 열다섯 살 소녀기사 최정과 입단 5년차 신예 강자 이태현의 맞대결이다. 올해 명인전 통합 예선 최대 이변의 주인공인 최정이 본선 무대서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 지 바둑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정은 얼마 전 여류 명인전서도 승자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조만간 '10대 여자 명인'의 탄생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태현은 2007년 입단 이후 여러 기전에서 꾸준히 활약하다 올 초 천원전에서 준우승한 후 급격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일 열리는 두 번째 경기에서는 박정환과 백홍석이 격돌한다. 얼마전 후지쯔배서 우승, 생애 첫 세계 타이틀을 품에 안은 랭킹 3위 박정환으로서는 랭킹 1, 2위 이세돌과 최철한이 빠졌으므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지난 해 박영훈이 그랬던 것처럼 첫 본선 출전에 첫 우승이라는 꿈같은 시나리오가 또 다시 재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홍석도 본격 기전 우승에 목마르다. 2006년 신예 기전 우승 이후 원익배 바둑왕전 등에서 번번이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 36승13패(승률 73.5%)로 다승 및 승률 상위권에 올라 있지만 항상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해 아쉬웠는데 본선 1회전에서 거물 박정환을 제친다면 여세를 몰아 대박을 기대할 수도 있다.

13일은 나현과 황재연, 14일에는 박영훈과 강동윤이 격돌한다. 나현은 작년 5월에 입단한 새내기다. 아마추어 시절에 이미 비씨카드배 본선에 올랐고 올해 한국바둑리그 영남일보팀에 뽑혔다. 지난달 삼성화재배 본선 32강에도 진출하는 등 장래가 촉망되는 신진 기예다. 황재연은 올해 명인전 본선 진출과 프로 입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미 프로가 됐지만 명인전에서는 계속 아마추어 신분이 유지된다는 것. 그래서 대국료가 지급되지 않고 설령 우승을 하더라도 상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

박영훈과 강동윤의 경기도 큰 관심거리다. 박영훈은 지난 해 명인전 우승에 이어 올 초 맥심커피배를 품에 안았고 최근에는 GS칼텍스배 결승에 진출, 타이틀 추가를 노리고 있다. LG배와 삼성화재배서도 본선 16강에 올라 있고 얼마 전 한중일 명인전에서 일본의 이야마 유타와 중국의 장웨이지에를 꺾고 우승하는 등 착실히 실속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첫 본선 진출에 우승까지 했던 기억을 되살리면 명인전 2연패도 물론 가능할 것이다.

강동윤은 2009년 후지쯔배 우승 이후 큰 기전에서 활약이 뜸하다. 지난 해 바둑왕전과 올레배서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바둑리그에서 8연승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기전에서는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이 39승13패(승률 75%) 다승 4위, 승률 5위로 전반적인 컨디션은 괜찮은 상태이므로 언제든지 타이틀을 넘볼 수 있는 저력의 소유자다.

20일에는 조인선과 박정근의 일전이 벌어진다. 조인선은 명인전 사상 첫 아마추어 본선 진출의 주인공이다. 이미 2009년에 비씨카드배 본선에 올랐고 지난해 올레배, 올해 명인전 등 프로기전 본선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동안 프로와 겨룬 전적이 10승3패, 올해는 8승1패로 승률이 90%에 이른다. 그런데도 아직 입단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16강전에서 승리하면 특별 입단이 가능하다.

박정근은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명인전 본선에 진출했다. 2009년 천원전에서 준우승한게 지금까지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올해도 다른 기전에서는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 따라서 모처럼 본선에 오른 명인전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27일에는 이창호와 윤찬희, 28일에는 김승재와 원성진의 대결이 예정돼 있다. 명인전서 열세번 우승한 최다우승자 이창호가 작년 말 결혼 이후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LG배 8강, 삼성화재배 16강에 진출해 세계 정상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과연 언제 무관을 벗어날 지가 관심거리다. 윤찬희는 2006년 입단 이후 한국바둑리그 왕위전 원익배 본선에서 활약했다. 명인전과는 첫 만남이다.

김승재는 벌써 3년째 명인전 본선 출전이다. 입단 이듬해 신예기전서 우승, 차세대 재목감으로 인정받았다. 비슷한 또래인 박정환에 약간 밀리는 듯하지만 항상 열심히 노력하면서 랭킹 15위권을 지키고 있는 대기만성형 기사다. 2009년과 2010년 연속해서 명인전서 준우승에 그친 원성진으로서는 이번삼세번째 도전에서는 반드시 타이틀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올해 성적이 39승9패(승률 79.5%)로 승률 1위를 달리고 있어 현재 컨디션도 최상이다.

10월 4일 진동규와 김형환의 대국이 본선 16강전 마지막 경기다. 진동규는 2003년에 입단한 중견. 올해 한국바둑리그 본선에 올라 현재 티브로드팀에서 뛰고 있다. 김형환도 벌써 입단한 지 10년이 넘어가지만 그동안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올해 처음 명인전과 인연을 맺었다.

본선 16강전이 모두 끝나면 10월 중 8강전을 거쳐 11월에 준결승전이 열린다. 준결승전은 3번기로 진행되며 12월에 결승 5번기를 치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명인전 본선 대국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하며 바둑TV에서 낮 1시부터 생중계한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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